20년 수련 끝 첫 전국체전 출전…‘경기 1시간 전 취소’에 눈물 흘린 재외동포

지난 16일 제주서 열린 107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 모습. 연합뉴스

어릴 때부터 태권도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애가 무슨 태권도냐”는 주변 반대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학에 가고 성인이 된 뒤에야 도장에 가서 도복을 입고 아이들과 같이 수련했다. 베트남으로 이주한 뒤에도 직접 도장을 수소문해 태권도를 계속했다. 그렇게 20년간 수련하며 40대 후반에 처음으로 최근 제주서 열린 107회 전국체육대회(태권도 일반부 여자 49㎏)에 ‘재외동포’ 자격으로 출전했다. ㄱ아무개씨는 주변에 “대회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떨려서 잠이 안 온다. 평생소원을 성취했다”고 말하며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ㄱ씨는 수십년간 기다렸던 순간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야 했다. 19일 열려야 했던 번외 경기가 한 시간 전에 갑자기 취소되어서다. 재외동포 선수단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식 경기가 열리지 못해 번외 경기를 치르기로 했는데, (주최 쪽에서) 경기 한 시간 전에 갑자기 취소시켰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재외동포부’ 태권도 여자 49㎏에는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선수 총 3명이 출전 등록을 했다. 하지만 경기 하루 전날(18일) 계체에서 1명이 실격 처리되면서 출전 선수가 2명으로 줄었다. 대회 태권도 경기 규정상 3명 이상일 경우에만 진행이 가능하기에 2명은 인원 미달(최소 경기 성립 요건)로 경기를 여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문제는 이후 대회 관계자들의 미숙한 대응에서 비롯됐다. 선수 쪽은 “국외 대표자(감독, 코치)들이 그날(18일) 오후 회의를 열어 번외 경기라도 치르자고 의결한 뒤 이 내용을 대한태권도협회(종목 주관 단체)에 전달했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경기 당일(19일)인 다음날 오전에도 번외 경기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며 “그런데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대한체육회에서 진행하지 말라고 한다며 취소시켰다”고 했다.

번외 경기는 메달 집계가 되지 않는 말 그대로 비공식 경기다. 기록이 반영되지는 않지만, ‘대련’ 자체에 의미를 두고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친선 경기처럼 알게 모르게 진행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공식 대회가 아니기에 사고 발생 시 보험 처리 등 안전 문제는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22일 통화에서 “번외 경기 관련 문의가 온 것은 19일이고, 공식 경기가 아니기에 부상 등 안전 문제를 생각 안 할 수 없어서 원칙·규정에 따라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선수 쪽은 “번외 경기가 취소된 뒤 인접 체급 출전 등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 또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출전한 선수 2명은 애초 67㎏ 이상에 출전 등록을 했는데 67㎏과 67㎏ 이상으로 체급을 바꿔 나갔다는 것이다. 대회 규정상 한 체급에 같은 국가 선수 2명이 출전할 수 없고, 신청 마감 이후에는 체급을 변경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쪽은 “미국에서 참가한 선수는 선수 등록 마감(9월) 전에 체급 변경을 요청했던 것”이라며 “사이트에 반영이 늦게 되어 이를 현장에서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주최 쪽의 미숙한 대응으로 번외 경기가 뒤늦게 취소되면서 두 번 운 것은 결국 선수다. ㄱ씨는 자신의 잘못도 없이 노력을 보여줄 무대를 잃었다. 생애 첫 전국체전에 나온다는 기쁨에 사비를 들여 출전했고 개막식에도 참석했다. 한 선수가 탈락하면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어 좌절했지만 번외 경기가 열린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매트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그는 당일 오전 6시부터 나와 연습을 했지만, 또 한 번 무대에 설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셈이다. “국외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태권도로 삶의 위안을 찾고 위로를 받았었다고 했는데, 경기가 완전히 취소된 뒤 체육관을 나가서 우셨다”고 ㄱ 선수의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사안과 별개로 재외동포 선수 참가에 대한 구조적인 정비 등 보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외동포와의 연대를 강조한 대회 취지를 살리려면 종목별로 체크한 뒤 체급을 조정하거나 출전이 적은 종목은 독려를 통해 더 많은 선수가 참가할 수 있는 지원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태권도는 체급은 많은데 선수가 적다. 3명 이상 출전해야 경기가 성립되는 종목에 출전 선수가 3명뿐이었다. 그 중 한명이 실격되면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이번 같은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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