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부커상 수상 작가인 아룬다티 로이(65, 인도)가 자신도 앤트로픽의 피해자임을 밝히며 “나도 몰래 내 장기를 적출당한 것과 같다”며 앤트로픽의 행위가 비단 저작권 침해를 넘어 “생명 채굴”이자 “인간성에 대한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인공지능(AI·에이아이) 기업 앤트로픽은 2021~22년 전세계 도서의 영문판 700만건(디지털 복제판)을 무단으로 내려받은 사실이 2024년 소송을 통해 드러나고, 판결에 따라 48만여건에 대한 저작권 배상 절차를 현재 진행 중이다.
사회운동가이기도 한 로이는 지난 19일 미국 뉴욕에서의 강연과 15일치 잡지 기고(‘이퀘이터’)를 통해 앤트로픽 등의 저작권 침탈 행위를 “인류 문명에 대한 무단 수탈”이자 “사유화”라며 이에 대한 “규제”를 넘어 “종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로이는 자신을 “앤트로픽이 자사의 거대 언어 모델(LLM) 학습에 허락 없이 사용한 수십만명 저자 가운데 한명”이라고 공개하며, 이후 진행 과정도 밝혔다. 한겨레가 파악한 결과, 부커상 수상작인 소설 ‘작은 것들의 신’(1997)을 포함해 최신 소설 ‘지복의 성자’(2017)까지 로이의 다섯 작품이 앤트로픽에 무단 수집되어 보상 대상에 올라 있다.
로이가 “집단 소송 결과 합의금 명목으로 작품당 몇천달러씩의 투척(throw)을 제안하는 통지를 받았다. 이 책들은 내 평생의 삶과 수년간의 집필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들이다”며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통지서에선 앤트로픽이 해적판 피디에프(PDF) 웹사이트 두곳에서 책을 내려받았다고 하면서도 ‘앤트로픽은 잘못이 없다고 부인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들은 내게 청구 번호와 핀 코드를 보내왔다. 이건 마치 나도 몰래 내 몸의 장기를 적출당한 것과 같다. 이제 내 저작물로 학습을 마친 기계 때문에 두려워진다. 앞으로 내가 수십년 공들여 나만의 독자적 글을 썼을 때, 사람들이 그걸 보고 ‘당신 같지 않다’, 즉 ‘AI가 쓴 거 아니냐’ 할까 봐 겁이 난다. 이제 남은 평생 난 무엇을 해야 할까? 나만의 글쓰기 방식을 피해 다녀야 할까? (…) 이런 상황을 뭐라 불러야 할까? ‘심장 퍼가기(heart-mining)’? ‘뇌수 채굴(brain-mining)’? 아니면 ‘생명 채굴(life-mining)’?”

직접 피해 당사자로서 “인류의 지적 자산 수탈”을 비판한 것 외에 로이가 거대 인공지능 기업들에 날을 세운 지점은 세가지 정도가 더 있다. ‘인류 멸망’ 위기를 조장하면서 이면으로 결탁한 권력과 자본, 국가가 유착된 인공지능의 군사 무기화, 인공지능 개발 과정에서의 저개발 국가 에너지와 노동 착취 등이 그것이다.
그 밖에도 “AI가 문학 세계로 들이닥치면서 작가와 출판인, 에이전시, 독자, 비평가, 교사와 학생들은 발밑 지반이 꺼져 내린 느낌을 갖는다. 교수는 학생의 과제물을 의심하고, 출판사는 범죄 현장을 조사하는 형사처럼 신인 작가를 평가해야 한다”고도 썼다. 이것이 로이가 인식하는 오늘이라면, “성인이 되려는 세대에겐 그들만의 언어, 그들만의 생각, 그들만의 슬픔이 있을까? 노력할 권리, 넘어지고 실패할 권리, 불완전할 권리가 그 세대에겐 있을까?” 등의 외침은 내일에 대한 작가의 비관이다.
로이는 ‘엉터리 규제’가 아닌 “(AI에 관한) 극단적인 편견을 갖고 완전히 종식시켜야 한다”고 요구하며 썼다.
“식민지화는 늘 반짝이는 선물을 안고 온다. 하지만 AI는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의 식민지화다. 자본주의의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다.”
앤트로픽에 당한 작가들이 앤 카슨, 아룬다티 로이, 무라카미 하루키, 한강과 ‘파친코’의 이민진 등 노벨 문학상부터 부커상 수상자, 미국 본토부터 한국까지 전세계적으로 산재해 로이와 같은 문제 제기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 이용’(저작권자 허락 없이 저작물 사용을 허용한 예외적 조치)을 폭넓게 용인하는 미국 상대의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도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