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예식은 20만원 해야" 식대 맞춰 내는 축의금…외국도 이런가

결혼식 축의금을 식대에 맞춰 내야 하느냐를 두고 하객들의 고민이 커졌다.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호텔에서 결혼하면 20만원 해야 하나요."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의 식대에 맞춰서 축의금 액수를 정해야 하는 걸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결혼식장의 식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하객들의 부담도 커졌다. 내가 그 가격대의 식사를 원한 것도 아닌데 식대에 맞춰 축의금을 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일부 하객은 "특급 호텔 결혼은 하객들에게 민폐"라고까지 말한다.

식대에 맞춰 축의금을 내야 한다는 인식은 한국에만 있는 걸까.

밥 먹으면 10만원이 기본…불참 시에만 5만원

한국에서 '식대를 고려해 축의금을 내야 한다'는 인식이 급격히 확산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2~2023년께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면서 서울·수도권 기준 웨딩홀 식대가 기존 4만~5만원 선에서 6만~8만원, 많게는 10만원 이상으로 급등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예식장의 1인당 식대 중간 가격은 8만원으로 1년 전보다 3.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유명 웨딩 플랫폼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서울 강남 소재 프리미엄 웨딩홀의 식대는 8만~15만원 선이다. 마포·여의도·송파·잠실 등의 경우 7만~10만원 선이다. 특급 호텔의 식대는 15만~25만원 이상인 곳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간 국내 축의금의 최소 단위로 여겨졌던 5만원이 식대조차 커버하지 못하는 금액이 돼버렸다. 신랑·신부들 사이에서는 "5만원 내고 밥 먹고 가면 적자"라는 불만이 나왔고, 결과적으로 식사할 경우 축의금은 10만원이라는 불문율이 생겼다. 식대가 부담스러울 정도의 애매한 관계일 경우, 직접 참석하지 않고 계좌이체로 5만원만 보내는 방식도 흔해졌다.

미국도 오랜 관행이었으나 최근 사라지는 추세

미국에서도 식대에 맞춰 축의금을 내는 관습이 있었다. 미국은 해당 관념을 일컫는 용어 'Cover Your Plate(자신의 접시값을 충당하라)'까지 있을 정도다. 신랑·신부 측이 하객 1인당 지출한 식사 및 피로연 비용을 대략 예상해 최소 기준선을 잡는 식이다. 다만, 현금보다는 선물로 금액을 맞춘다는 게 한국과의 차이다.

이런 문화는 20세기 중반부터 미 동부 지역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전까지는 집 마당이나 교회 지하 등에서 결혼식을 소박하게 치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부터 연회장·호텔에서 대규모 식사로 술을 제공하는 피로연 문화가 생겨서다. 신랑·신부의 연회 비용 부담을 축의금으로 보태주는 상부상조 정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이런 관념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일부러라도 따르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에티켓 기관 에밀리 포스트 연구소(Emily Post Institute)가 '하객에게 식대를 청구하는 듯한 개념은 올바른 에티켓이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한 게 시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회 물가와 인건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1인당 식대가 200~300달러(약 25만~40만원) 이상으로 뛰었고, 'Cover Your Plate' 관습에 부담을 느낀 하객들이 참석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변화가 본격화됐다. 현재는 '하객은 초대받은 손님이므로, 본인 예산과 친밀도에 맞춰 성의껏 선물하면 된다'는 문화가 대세가 됐다.

일본은 최소 30만원…청년층 '회비제'로 선회

일본은 축의금 최소 단위가 3만엔으로, 한국의 3배 정도 된다. /유튜브 채널 '추성훈 ChooSungHoon' 영상 캡처일본은 한국보다 축의금 규모가 훨씬 크다. 최소 단위가 3만엔(약 27만~30만원)으로, 한국의 3배 정도 된다. 일본 결혼 예절 안내기관 전일본관혼장제상호횝회 조사에 따르면 친구와 직장동료, 상사에게 축의금을 낼 때 3만엔을 낸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도 과거 유튜브 등에서 "일본에서는 무조건 최소 30만원을 내야 한다. 친하든 안 친하든 상관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결혼식에서는 대부분 뷔페가 아닌 고급 프랑스 요리나 전통 일식 코스요리 등이 제공되며, 최고 1만엔(10만원) 가치의 답례품을 하객 선물로 챙겨주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또 불특정 다수가 참석하는 한국과 달리, 진짜 가까운 사람만 지정 좌석제로 초대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 미국에 비해 식대로 인한 갈등은 적은 편이다.

다만 축의금 단위가 워낙 크다 보니,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는 '회비제 결혼식'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축의금은 받지 않고 1만~1만5000엔 수준의 정해진 회비만 받겠다고 청첩장에 미리 명시하는 방식이다. 축의금 부담으로 친한 친구들이 참석을 포기하는 것을 막으면서, 신랑·신부의 연회 비용 부담도 일부 줄인다는 취지다.

'회비제 결혼식'의 경우, 하객 식사로 정통 고급 코스요리가 제공되는 일반 결혼식과 달리 입식 뷔페나 핑거푸드 등이 제공되며 캐주얼하게 진행된다. 답례품 역시 가벼운 디저트류를 선물하는 등 부담을 대폭 줄이거나 생략하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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