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한미 금리차 확대…한은 연내 추가인상 가능성 커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경제·금융 수장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새벽(한국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왼쪽부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구윤철 부총리. 재정경제부 제공

미국이 한국 시각으로 17일 새벽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올린 데 따라 한국(3.00%)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다시 1.00%포인트로 벌어졌다. 이 때문에 지난 7·8월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린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물가 오름세와 수도권 집값 불안 탓에 금리를 더 올릴 필요성이 이미 제기돼 있던 터에 덧붙여진 인상 명분이다.

권민수 한은 부총재는 이날 오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물가안정 의지 강조나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를 감안할 때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계감을 갖고 금융·외환시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달 낸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명목 성장률 급등이 수요 측면에서 물가 압력을 높이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확대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4%(전년 동기 대비)로 1979년 3분기(27.7%) 이후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소득 증가로 물가 압박이 커질 것으로 한은은 내다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로 상승했고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4% 올라 한은의 물가 상승률 목표(2.0%)를 훨씬 웃돌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벌어져 환율 상승 압력이 높아지게 됐다는 점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1330원대로 떨어졌다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5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며, 17일엔 13.6원 오른 1382.2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서울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 역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추가 인상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금통위가 제시한 점도표(6개월 이후 금리 전망) 중간값은 연 3.25%로 현재 금리보다 0.25%포인트 높다.

한은 기준금리의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관심의 초점은 인상 시점이다. 연내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10월, 11월로 예정돼 있으며 시장에서는 11월 인상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7·8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대응 여력을 확보했고 한은이 주요국에 비해 선제 대응했다는 점에서 추가 인상은 11월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연속 인상에 따라 취약계층의 빚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 또한 한은의 고민거리다. 가계부채가 2천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오를 가능성 등 금융 불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금리가 0.50%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총 6조5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날 공개된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 다수가 기준금리 연속 인상에 따라 취약계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8월 금통위에서 소수 의견(금리 동결)을 낸 황건일 위원은 “양극화 심화 양상과 취약 부문에 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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