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현장] 해발 4천860m에 생긴 '눈물 호수'…사라지는 中고원 빙하

빙하 내세워 케이블카 관광지 만들었지만…2021→2024년 빙하넓이 40% 줄어

이르면 2029년 '소멸' 경고 속 인공눈·천막 동원해 지키기 '안간힘'

산 정상 부근 곳곳에 산사태·토사 흔적…쓰촨 대지진 기억 여전

[※ 편집자 주 = 최근 중국·네팔 접경지대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산악지대 대홍수가 발생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규모 빙하가 붕괴하면서 홍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빙하 붕괴뿐 아니라 가뭄, 폭염, 엘리뇨 등 기후재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2022년 '기후위기현장을 가다' 시리즈에 이어 이상 기후 충격이 현실화한 현장을 다시 찾는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3주 동안 르포 5편 등이 게재됩니다.]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호수로
(헤이수이[중국]=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아바 장족·강족 자치주 헤이수이(黑水)현 '다구 빙하 풍경구'의 해발 4천860m 정상. 다구 17호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눈물 호수'를 형성했다. 2026.09.14 bscha@yna.co.kr (끝)

(헤이수이[중국]=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지난달 말 중국·네팔 접경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는 전례없는 대규모의 토석류(土石流)가 발생, 무서운 기세로 좁은 계곡을 휩쓸고 내려갔다.

암석과 흙, 물 등이 뒤섞여 파괴력은 상상 이상으로 커졌다. 이 토석류는 계곡 인근 마을과 시설을 폐허로 만들며 많은 사람들의 목숨도 앗아갔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이번 재해는 해발 약 5천200m 지점에서 빙하·암석이 무너지며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장기간의 온난화로 빙하가 불안정해진 것이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빙하 소실로 위기에 놓인 지역은 히말라야 외 지구촌 여러 곳에서도 발견된다.

중국 칭짱(칭하이·티베트)고원 동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다구(達古) 17호' 빙하와 빙하가 녹은 물로 형성된 일명 '눈물 호수' 레이후(淚湖)도 대표적인 기후재난 지역으로 꼽힌다.

쓰촨성 아바 장족·강족자치주 헤이수이(黑水)현에 위치한 이곳은 빙하를 내세워 해발 4천860m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건설하는 등 대규모 관광지 '다구 빙하 풍경구'로 개발됐지만, 정작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지구 온난화의 상징적 공간이 됐다.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든 '눈물 호수'
(헤이수이[중국]=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아바 장족·강족 자치주 헤이수이(黑水)현 '다구 빙하 풍경구'의 해발 4천860m 정상. 다구 17호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눈물 호수'를 형성했다. 성인 남성(빨간색 타원)과 비교하면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2026.09.14 bscha@yna.co.kr (끝)

지난 8일(현지시간) 기자가 산 정상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정상에 자리한 호수와 이를 둘러싼 돌무더기들이었다. 자세히 살펴봐야 호수 맞은편의 흰색 천막 아래에 빙하가 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이 천막은 지역 경제의 '생명줄'인 빙하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연구기관에서 2020년부터 매년 태양광으로부터 빙하를 보호하기 위해 덮어준 일종의 '이불'인 셈이다.

가까이 다가가 봤을 때 천막이 없는 부분은 이미 돌들로 뒤덮여 있었다. 천막 아래에 겨우 빙하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그마저도 잿빛 바위를 연상케 했다.

빙하 일부는 갈라져 틈이 생겼고, 빙하 부근에서는 종종 돌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다.

흔적만 남아있는 다구 17호 빙하
(헤이수이[중국]=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아바 장족·강족 자치주 헤이수이(黑水)현 '다구 빙하 풍경구'의 해발 4천860m 정상 다구 17호 빙하. 천막으로 가린 부분에서만 빙하를 관찰할 수 있다. 2026.09.14 bscha@yna.co.kr (끝)

빙하가 녹아내린 물은 쉬지 않고 호수로 흘러들고 있었다. 이 물은 다시 흘러내려 또 다른 호수들을 이루고 있었다.

한 직원은 "원래는 (눈물 호수가 있던 부분까지) 빙하였다. 전망대 난간 바로 앞까지 빙하였는데 기후 변화로 녹으면서 호수가 만들어졌다"며 "작은 빙하가 붕괴해 땅에 떨어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9월 초까지 정상에 비가 내린다며 "겨울이 되면 호수가 얼지만 빙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호수 수면에서 천막이 덮인 빙하까지의 높이는 어림잡아 건물 몇 층에 이를 정도로 보였다. 그만큼의 빙하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이다.

흔적만 남은 다구 17호 빙하
(헤이수이[중국]=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아바 장족·강족 자치주 헤이수이(黑水)현 '다구 빙하 풍경구'의 해발 4천860m 정상 다구 17호 빙하 중 천막으로 가린 부분만 빙하를 관찰할 수 있다.(우측 사진) 좌측 사진은 천막으로 덮은 부분(빨간색 선)과 아닌 부분의 융해 전후를 표현한 한 논문 내용. 2026.09.14 bscha@yna.co.kr (끝)

중국과학원 산하 서북생태환경자원연구원 '동토층 과학 중점연구실' 연구진 등이 2021년 10월부터 2024년 9월 사이 무인기 등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3년간 다구 17호의 두께는 전반적으로 7.4m 줄어들었고, 특히 가장자리는 9m 감소했다.

게다가 빙하 표면 넓이는 2021년 0.05㎢에서 2024년 0.03㎢로 약 40%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천막 덮기나 인공눈 등 인위적인 보호 노력이 없다면 다구 17호가 이르면 2029년께 사라질 수 있다는 게 당시 연구진 전망이었다.

이 지역에는 다구 16호·17호 등 약 10개의 빙하가 있으며, 전체 빙하 넓이가 1989년 2.1㎢에서 2023년 0.5㎢로 약 76%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흔적만 남은 다구 17호 빙하
(헤이수이[중국]=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아바 장족·강족 자치주 헤이수이(黑水)현 '다구 빙하 풍경구'의 다구 빙하 지질박물관 전시물. 1989년 2.10㎢였던 이 지역 빙하 넓이가 2023년 0.5㎢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좌측 그림) 우측 그림은 다구 17호 넓이가 2021년(빨간색 바깥 테두리) 대비 2024년 줄어든 모습(파란색 테두리) 을 표현한 한 논문 내용. 2026.09.14 bscha@yna.co.kr (끝)

다구 빙하 지질박물관은 "눈물 호수는 세계적인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며 형성됐다. 눈물과 같은 모양이라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며 지구 온난화의 소리 없는 증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기상국 산하 중국국가기후센터 가오룽 부주임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구 온난화로 빙하 재해가 빈발할 수 있다며 "지난 60년간 칭짱고원의 빙하 면적이 24% 줄었고 소규모 빙하 약 7천개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 빙하가 녹으며 만들어진 호수의 수와 면적이 늘고 빙하가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면서 "칭짱고원 빙하 내부의 구조적 안정성이 더 낮아질 전망이며 빙하 재해가 더 빈발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 정상부에서 돌과 토사가 흘러내린 흔적
(헤이수이[중국]=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아바 장족·강족 자치주 헤이수이(黑水)현 '다구 빙하 풍경구'의 해발 4천860m 정상부 부근. 돌무더기와 토사 등이 흘러내리며 만들어진 듯한 좁고 가파른 '흰색 띠'가 곳곳에 있다. 2026.09.14 bscha@yna.co.kr (끝)

내려오는 케이블카에서 옆쪽을 바라보자 산 정상에서부터 돌무더기와 토사 등이 흘러내리며 만들어진 듯한 좁고 가파른 '흰색 띠'가 곳곳에 있었다.

다구 빙하가 있는 헤이수이는 2008년 규모 8.0 지진으로 수만명이 사망·실종된 '쓰촨성 대지진' 당시 피해를 봤던 곳으로, 진원지인 원촨과 가깝기도 하다.

빙하가 있는 산 정상뿐만 아니라 청두에서 원촨을 거쳐 헤이수이로 가는 쓰촨성 도로 곳곳에서는 지반이 약해진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산사태로 토사가 강까지 흘러내렸고, 낙석이 도로 일부를 막은 채로 있어 차들이 비껴가기도 했다.

산사태가 난 산에서 흙먼지가 날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앞서 헤이수이현 정부는 2020년 지질 재해 방지책 통지를 통해 "대지진의 영향으로 2차 재해가 빈발하고 있다"며 2019년 잠재 위험 지역 456곳을 찾아냈고 그중 다구 빙하 지역에 29곳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中도로 인근 산사태 현장
(헤이수이[중국]=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9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아바 장족·강족 자치주 헤이수이(黑水)현에서 청두로 가는 도로 인근에서 산사태로 토사가 강까지 흘러 내려온 상태다. 2026.09.14 bscha@yna.co.kr (끝)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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