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추납, 실업·양육 등 꼭 필요한 가입 공백만 메워야"

한 달 내고 최대 119개월 추납 가능…108∼119개월에 추납 신청 몰려

국회입법조사처 "인정 사유 제한하고 신청 기한·최소 가입요건 둬야"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실직이나 경력 단절 등으로 국민연금을 내지 못한 기간을 사후에 메워주는 추후납부제도가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편법적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인정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실업·양육 등 불가피한 사유로 발생한 가입 공백을 중심으로 추납을 허용하고, 최소 실제 가입기간과 추납신청 기한 등을 새로 두자는 것이다.

11일 국회입법조사처의 국민연금 추후납부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추납제도를 둘러싸고 짧은 실제 가입 기간에 장기간의 추납을 덧붙여 손쉽게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려는 사례가 잇따르며 논란이 일고 있다.

단기간 국내에서 일한 외국인이 추납을 활용해 연금을 타가는 문제가 불거진 것은 물론, 여유자금이 있는 이들이 이를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매달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해 온 성실 가입자들의 박탈감이 커지는 실정이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최소 10년, 즉 120개월의 가입 기간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현행 규정상 과거에 단 1개월이라도 보험료를 낸 적이 있거나 스스로 임의가입을 신청해 자격을 얻기만 하면 과거의 납부예외 기간 등을 최대 119개월까지 한꺼번에 낼 수 있다.

보고서는 전체 추납 신청이 법적 최대 허용치에 가까운 108∼119개월 구간에 집중되고 있다며, 추납이 일시적인 가입 공백을 보완한다는 본래 취지를 넘어 수급권을 사후에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추후납부제도(CG)
[연합뉴스TV 제공]

◇ 최대 119개월 추납에 신청 집중…"성실 가입자와 형평성 문제"

이처럼 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되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평소 매달 월급에서 보험료가 빠져나가는 실질소득 감소를 묵묵히 견디며 10년, 20년 동안 성실히 납부해 온 일반 가입자 입장에서는 극심한 불공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작 실제 가입 기간은 몇 달에 불과한 사람이 막판에 목돈을 들여 10년 가까운 기간을 단숨에 복원해 똑같이 연금을 받아 가기 때문이다.

이는 가입자 간의 형평성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기본 원리마저 뒤흔든다.

가입자가 자신이 가장 유리한 시점이나 상대적으로 보험료 부담이 적은 자격 조건을 골라 신청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연금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어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게 된다.

보고서는 장기간 추납을 통한 수급권 확보가 향후 연금 지출을 늘려 장기적으로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해외 주요국은 추납 사유·기간 제한…신청 기한도 둬

해외 주요국들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추납이 가능한 사유와 기간, 신청 시점을 법으로 촘촘히 묶어두고 있다.

프랑스는 학업이나 불완전 가입 기간을 합쳐 최대 3년(12분기)까지만 추납을 인정하고 신청 연령도 제한한다.

독일은 학업 공백의 경우 45세 이전에만 신청받고 자녀 양육 공백도 자녀 1명당 3년까지만 인정한다.

영국은 자격 미달 기간 이후 6년 이내에 최대 6년까지만 허용하며, 일본 역시 과거 면제나 유예받은 시점부터 10년 안에만 신청하도록 엄격한 기한을 두고 있다.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우리나라 역시 이런 국제적 기준을 참고해 추납제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추납 인정 범위를 학업이나 자녀 양육, 돌봄, 군 복무, 실업, 경력 단절처럼 개인이 스스로 어쩔 수 없었던 사회적 위험으로 발생한 공백 위주로 좁혀야 한다고 짚었다.

사실상 보험료를 단 한 달만 내고도 장기간을 메울 수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로잡고, 사유가 끝난 뒤 일정 기한 안에만 신청할 수 있도록 신청 기한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임의가입으로 갑자기 자격을 취득해 추납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실제 가입 실적을 요구하는 요건을 두고, 신청 당시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기는 현행 산정 방식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2026년 4월 기준 지역 납부예외자가 233만8천여명, 장기체납자가 43만9천여명으로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이 여전히 277만7천여명에 이르는 만큼,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보험료 지원이나 가입 기간 추가 산입 크레딧을 병행하는 정교한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shg@yna.co.kr

조회 363 스크랩 0 공유 4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