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안데르탈인, 현생 인류와 공존했던 고인류 데니소바인은 유전정보(DNA)로 그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 실제 유골은 극히 일부만 발견됐는데, 특히 머리 아래쪽 몸통이 어땠는지 보여주는 흔적은 거의 없었다. 최근 중국 서남부에서 데니소바인 유골이 새로 발굴됐을 뿐 아니라 그중 팔뚝뼈 하나도 포함되어, 그간 연구의 공백을 채울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학원(CAS) 척추동물고생물학·고인류학연구소(IVPP)의 푸차오메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국 남서부 윈난성에 있는 볜푸(蝙蝠) 동굴 구석기 시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과 유골을 분석할 결과 데니소바인 유골 5점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9일(현지시각)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푸 교수는 지난해에도 1933년 중국 하얼빈에서 출토된 이래 정확히 어떤 고인류인지 알 수 없어 ‘호모 롱기’란 이름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두개골을 분석해 데니소바인으로 확인한 연구를 주도한 바 있다.
윈난성 허칭현에 위치한 볜푸 동굴에서는 2019년 고인류 화석과 석기, 동물 화석 등이 대거 출토됐는데, 가까이는 7만년 전, 멀게는 중기 플라이스토세 후기에 해당하는 14만~18만년 전 유적으로 추정된다. 현생인류와 다른 고인류가 공존했을 시기다. 연구진은 여기에서 출토된 6만개 이상의 뼛조각 가운데 그 형태에 따라 인류 화석으로 추정할 수 있는 22개의 화석을 선별하고, ‘ZooMS’(질량분석을 이용한 동물고고학) 분석을 했다. 콜라겐의 아미노산 서열이 DNA에 의해 결정되고 동물 종에 따라 특징적인 펩타이드 서열을 가진다는 점을 이용해 형태로 식별이 불가능한 대상을 확인하는 분석법이다.

그 결과 2개의 두정골 조각과 한 개의 몸통 쪽 요골 조각이 인류 화석으로 확인됐다. 이 중 2개는 고인류 치아로 확인된 화석 4개가 출토됐던 층(7층)에서 나왔는데, 연대는 14만8천년~13만4천년 전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하나가 출토된 층(9층)은 이보다 더 오래된 16만8천년~15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새로 확인한 화석들과 기존 치아 화석 가운데 2개를 대상으로 단백체 분석을 한 결과, 5개 모두에서 데니소바인과 관련된 특정 아미노산 변이체가 발견됐다. 그간 발견하기 힘들었던 데니소바인 화석이 새로 확인된 것이다.
특히 요골 화석은 현재까지 출토된 유일한 데니소바인 팔뼈라 주목된다. 러시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처음 출현한 손가락뼈 조각 이래 여태껏 발견된 데니소바인 화석은 갈비뼈 파편, 두개골과 턱뼈 파편, 어금니 정도라서 데니소바인이 어떤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환경에 적응했는지 등을 알기 어려웠다. 이번에 밝혀진 요골을 형태학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몸통 쪽 크기가 크고 요골 결절이 안쪽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큰 점은 네안데르탈인과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모양은 현생인류와 더 가깝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데니소바인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적·공간적 범위를 한층 넓혀준다는 의미가 크다. 데니소바인의 흔적은 시베리아부터 동북아, 동남아시아까지 유라시아 대륙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는데, 이번에 중국 서남부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볜푸 동굴에서 데니소바인 흔적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지층에서 나왔는데, 연구진은 “둘 다 빙하기인 ‘해양동위원소단계 6’에 해당한다”며 “윈난-구이저우 고원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식량 자원으로 인류에게 유리한 서식지가 됐고, 볜푸 동굴은 데니소바인 집단의 장기적인 생존을 가능하게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대해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바이오메디컬공학과)는 “파푸아뉴기인에게 데니소바인 유래 유전자가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과 이번 발견을 합쳐보면, 데니소바인은 시베리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에 광범위하게 분포했고, 아시아에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현생인류 등 가장 다양한 인류조상이 공존했을 것”이라 풀이했다. 정충원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는 “중국 내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 중 데니소바인으로 의심되는 화석들이 여럿 있기 때문에, 조만간 데니소바인 유전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희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교수(인류학과)는 “중기 플라이스토세 말기에서 후기 플라이스토세로 넘어가기 전, 기존 유라시아에서 살아가던 고인류 집단과 새롭게 아프리카에서 확산하여온 현생인류와의 연계성과 관계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도와주게 될 것”이라 짚었다. 아울러 우리나라 충북 단양에서 발견된 ‘상시인’ 화석도 언급했다. “볜푸 동굴의 머리뼈보다 약 10만년 뒤인 3만년 전 화석으로 추정되는 상시인 역시 윗머리뼈가 남아있고 볜푸 머리뼈와 마찬가지로 정맥, 동맥 고랑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두 유적의 머리뼈를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된다면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인류 진화 역사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다.
*논문 정보
Denisovan radius discovered for first time in Southwest China
DOI: 10.1038/s41586-026-10976-9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