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조선에는 유조선’ 새 방침…이란, 맞불 놓으며 충돌 격화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2일(현지시각) 중동에서의 장기 배치를 마친 뒤 휴식을 위해 태국 촌부리주 램차방항에 입항하기 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군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내 상선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정부 소유 유조선 2척을 처음 타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선박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이른바 ‘유조선에는 유조선으로’ 대응하는 새 방침을 승인한 데 따른 조처다. 미군이 이틀 만에 이란에 대규모 추가 공습을 단행하자 이란도 중동의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과 무인기를 발사하면서 양국의 군사 충돌이 다시 가파르게 격화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1일(현지시각) 미 동부시간 정오부터 이란 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표적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최근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의 상선과 역내 미군 장병을 공격하려 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시오스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날 약 100개 목표물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으며, 방공·레이더 시설과 기뢰 부설 능력, 통신시설, 대함 순항미사일 발사대, 공격용 무인기 발사대 등이 표적이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공습에는 이란 정부 소유 유조선 2척도 포함됐다. 유조선들은 미국이 설정한 해상 봉쇄선 북쪽 이란 연안에 정박해 있었고, 미군 무인기가 미사일을 발사해 기관실을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이 해상 봉쇄 위반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선박 공격에 대한 직접 보복으로 이란 유조선을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유조선에는 유조선’ 방침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해온 이른바 ‘잔디 깎기’ 전략의 성격도 띠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을 공격하는 데 필요한 레이더와 미사일 능력을 다시 구축할 때마다 제한적 타격을 가해 위협 수준을 낮게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한 미 당국자는 이번 공습으로 상선에 대한 이란의 위협이 낮아진 상태를 “최소 한 달은 확보했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이란은 곧바로 보복에 나섰다. 미 당국자에 따르면 이란은 요르단 내 미군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 약 25발을 발사했으나 절반가량만 요르단 영공에 도달했고, 이 가운데 10발이 요격됐다.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향해서도 무인기 약 24대를 보냈지만 대부분 요격됐다고 미국은 밝혔다. 쿠웨이트 미군 기지에는 탄도미사일과 무인기가, 이라크 쿠르드자치지역 아르빌의 미군 기지에는 무인기 2대가 날아왔으나 요격됐다는 게 미국 쪽 설명이다. 혁명수비대는 별도로 미사일·드론 복합공격으로 아르빌에서 다수의 미군을 살상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라크와 미국 당국자들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혁명수비대는 미군의 MQ-9 무인기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이번 공습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기뢰 부설 시도와 요르단 미군기지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이 다시 보복하면 “훨씬 더 강하고 높은 수준으로” 공격하겠다며 “가장 큰 공격은 아직 대기 중”이라고 위협했다. 폭스뉴스에는 이란이 재건하려던 레이더를 거의 완성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타격했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억지로 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의 우리 위치가 훨씬 마음에 든다. 호르무즈해협을 거의 완전히 통제하고 있고 그들의 경제는 붕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 국민은 언제 봉기해 싸울 것인가”라고도 했다.

민간인 피해 주장도 나왔다. 이란 언론은 호르모즈간주 시리크 지역 쿠헤스타크의 결혼식장이 미군 공격을 받아 최소 4명이 숨지고 50명 넘게 다쳤다고 보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관련 보도를 알고 있다면서도 “미군은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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