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재제청 요구에 대법은 내주 입장…"제청권 무력화" 우려(종합)

법원 내부선 "결국 대통령이 제청후보 고르라는 건가" 반발 기류

대법원장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할 가능성도 나와

조희대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송구"…공백 장기화 우려

퇴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6시 11분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 "우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자세한 내용은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2026.8.28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이승연 기자 = 청와대가 28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반려하면서 대법원도 후속 대응 논의에 들어갔다.

법조계 안팎에선 초유의 '재제청 요구'가 대법관 제청권을 침해해 위헌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이대로라면 대법관 장기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단 우려도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퇴근하면서 재제청 요구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자세한 내용은 검토 중"이라며 "다음주 중 정리가 되면 공식적으로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도 "재제청 요구에 따른 후속 절차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손봉기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한 뒤 이미 여권을 중심으로 청와대 재제청 요구 예상이 나왔던 터라 사법부 내부에서도 향후 시나리오를 검토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 안팎에선 제청이 반려될 경우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대법관 후임 추천을 위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다시 추천 절차를 진행하리란 관측이 나왔다.

현행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정해서다.

강유정 수석대변인, 대법관 후보자 관련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28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대법관 후보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8.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반면 청와대는 앞서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나머지 후보 가운데 제청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추천위원회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후보들에게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물어본 것과 관련해 나온 발언이지만, 결과적으로 추천위가 기존에 추천한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다시 제청하라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선호해왔고, 조 대법원장은 김 고법판사의 배우자가 현 정권에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져 이 경우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기 어렵단 분석이다.

수도권 법원 한 부장판사는 "청와대가 남은 세 명 중에서 다시 제청하라는 뉘앙스를 풍긴 게 아닐까 싶다"며 "이제 '강 대 강'으로 붙어버린 상황이라 어떻게 할지는 대법원장 판단에 달린 듯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도 나온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침해당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대법관 제청 과정 관련 질의 답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8.19 hkmpooh@yna.co.kr

사법부 안팎에선 청와대의 이번 재제청 요구를 두고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한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지웅 변호사는 "이런 식의 재제청이 허용되면 '재재제청', '재재재제청'을 거쳐 결국 원하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사법부의 제청권을 형해화(이름만 있고 역할을 못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제청 반려는 위헌적"이라며 "선례도 없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도 대법원장 제청 갈등이 빚어지자 대통령이 한발 물러났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도가 이승만 정부 시절보다 못하게 퇴행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적으로는 추천위 구성을 새로 하는 것도, 기존 후보 중 제청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후자의 경우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약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 마음에 드는 사람을 제청할 때까지 계속 재제청 요구를 하게 되면서 대법원장과 대통령 간 '핑퐁 게임'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법관들 사이에서도 청와대가 기존 후보들 가운데 다시 제청 후보를 정하라는 것은 제청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인 만큼 추천위원회가 새로 후보들을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한 부장판사는 "(기존 후보 중 고르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제청될 때까지 계속 반려를 해서 결국 대통령이 제청하는 사람을 고르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추천위에서 다시 추천하거나 추천위를 다시 구성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후보추천위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위한 위원회지, 대통령의 임명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추천위 결과로 제청을 했으면 끝으로 보고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지난 2012년 7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 제기로 자진사퇴하자 대법원은 2주 만에 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했다.

대법원은 당시 신속한 인선을 위해 기존 추천위를 재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위원회를 처음부터 다시 꾸렸다. 이후 추천위가 후보자 3명을 새로 추천하기까지는 약 한 달 반이 걸렸다.

청와대가 대법관 후보 제청을 반려한 것은 1987년 현행 헌법 체제 이후 처음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8년 법관회의의 대법원장 후보 제청을 거부한 전례는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법관회의 앞으로 당시 집권 자유당의 경북도당위원장이던 이우익을 대법원장으로 제청해달라는 친서를 보냈고, 법관회의가 이를 거부하자 자유당 의원들은 법관회의의 대법원장 제청권 자체를 삭제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법조계가 "사법권의 독립을 유린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자 자유당은 법안을 철회하고 이우익도 임명되지 않았다.

한편 민주당에선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새로 꾸리도록 한 현행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갈등이 제때 해소되지 않으면 대법관 장기 공백 상황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대법원은 노태악 대법관이 지난 3월 결국 후임자 없이 퇴임하면서 반년 가까이 1명 공석 상태다.

already@yna.co.kr

조회 183 스크랩 0 공유 0
댓글 4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 리스트
  • 국가보안법 패지 하려는 민주당 종북세력들 증명
    2026.08.2822:03
    본인죄 쎌프 면죄 받기위해 입맛대로 임명 하겠다고 하네 , 죄는 져놓고 벌은 받기 실은가벼 , 국민 주권이 아니고 대통령 독재 정권이다, 대법원장 사법권을 사수 하시요
전체 댓글 보러가기 (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