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벤츠인지 BMW인지…韓 정찰위성 평양거리 차종 식별 가능"

"한국의 이지스구축함·탱크·자주포 세계적 경쟁력 갖췄다"

"국방과학기술은 국가가 장기 정책으로 뿌리고 가꿔야 한다"

"전필승(戰必勝) 공필취(攻必取)"…안동만 前 ADD소장 인터뷰

[※ 편집자 주= 안동만 전(前)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인터뷰는 내용이 많아 다섯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그 다섯 번째로 정찰위성, 해상과 육상 전력을 다뤘습니다. 이미 송고한 1∼4번째 기사들의 제목과 내용 요약은 이번 기사 맨 아랫부분에 수록했습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개인의 스토리와 사진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군 정찰위성 4호기 발사 장면
한국군의 정찰위성 4호기를 탑재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Ⅹ의 발사체 '팰컨9'이 한국시간 2025년 4월 22일 오전 9시 4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SpaceX 제공 영상 캡처]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한국은 2023년을 시작으로 여러 기의 정찰위성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평양 시내에 있는 자동차가 벤츠인지, 아우디인지도 식별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구축함은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이지스함들입니다. 그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의 K-2 전차(탱크)와 K-9 자주포도 세계적 명품입니다."

이는 안동만(77) 전(前)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인터뷰는 지난 6월 8일을 시작으로 일곱 차례 진행됐다.

안 전 소장은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의 무기들은 매우 뛰어난 수준이지만 방심하면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며 "무기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외가가 있던 안동 하회마을에서 태어난 안 전 소장은 경북중고를 졸업했고, 서울대 항공과와 미국 노스롭대 대학원을 거쳐 영국 크랜필드 대학교에서 항공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 ADD에 입소한 그는 미사일구조연구실장, 항공기술부장, 항공·유도무기개발본부장을 지냈다. 2003년부터 방위산업과 무기 개발을 총괄하는 국방부 연구개발관으로 일했다. 2005년에는 ADD 연구원 출신으로는 최초로 이 연구소 소장이 됐다.

그는 ADD에서 33년간 근무하면서 각종 미사일과 군용 항공기 등 항공우주 무기 개발을 주도했다. 외국에서 무기를 수입하기보다는 자력으로 생산하는 것을 중시해 한국의 국방과학기술 자립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는 한서대학교 석좌교수, 한국무기체계안전협회장, 과학기술연우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안동만 전 소장
[윤근영 기자 촬영]

다음은 인터뷰 5차 기사 질문-답변

-- 본인은 젊은 시절인 1975년 미국의 노스롭 항공사에서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는데.

▲ 1974년 초였다. F-5 전투기를 생산하는 노스롭 항공사가 비행기 설계 기술에 대해 '온 더 잡 트레이닝(OJT)'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5명을 보내면 2년간 교육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OJT는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기술을 배우는 방식을 말한다. 당시 나는 서울대 대학원 항공학과 석사 과정에 등록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담당 이해경 교수님한테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미국에 갔다 와서 공부하면 된다고 하셨다. ADD는 미사일 연구팀의 인력 상황을 고려해 연구원 3명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20개월간 노스롭에서 연수를 받게 됐다.

-- 노스롭은 왜 공짜 연수를 제안했을까.

▲ 노스롭은 F-5E/F를 '면허생산' 방식으로 한국군에 판매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설계도면, 특허, 제조법 등을 우리가 수입해서 생산하는 것을 면허생산이라고 한다.

-- 그전에 이미 ADD는 전투기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했는데.

▲ 1972년의 '새매호'라는 연락기 개발 직후인 1973년 후반이었다. 나는 홍재학 박사님을 도와서 전투기 국내 생산 가능성에 대해 연구를 했다. 대만은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상태였기에 우리도 서둘러 국산 전투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홍 박사님은 공군사관학교 교수 출신으로 지대지 미사일 '백곰' 기초 계획을 수립한 멤버 중 1명이다.

1975년 말 노스롭 항공사 OJT 종료 기념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안동만 전 소장 [본인 제공]

-- 외국에 처음으로 나갔을 듯한데, 느낌은 어떠했나.

▲ 당시에는 노스롭이 위치한 LA에 직항 노선이 없어서 일본 도쿄와 하와이를 거쳐 가야 했다. 직항이 없는 것은 B-747 여객기 탑승객이 별로 없어서 일본에 들러 사람을 태우고 가야 수지가 맞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밤중에 김포공항을 출발해서 2시간 만에 일본 도쿄에 도착했다. 한반도를 지날 때만 해도 비행기에서 아래를 보면 캄캄했는데, 도쿄 상공에 오니 휘황찬란했다. LA에 왔더니 더욱 놀라웠다. 도시 전체가 바둑판처럼 돼 있었고, 곳곳에 밝은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한국도 잘사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노스롭에서 무엇을 배웠나.

▲ 우리는 그 항공사에서 구조해석, 공기역학 해석, 비행 제어 분야에 배치받아 F-5E/F의 설계 변경과 비행 결과 분석 등을 배웠다. 한편으로는 주어진 파견비를 쪼개서 노스럽 대학에서 석사 과정 공부를 했다. 야간 과정이었으니 한마디로 주경야독이었다.

-- 그때 자료도 많이 확보했다고 하던데.

▲ 당시 한국에는 항공우주 분야 자료가 부족했던 때였다. 우리는 그 항공사 도서관에서 항공기와 미사일에 관한 자료를 모두 복사했다. 볼 수 있는 자료라면 다 복사했다. 또 '백곰' 미사일 개발을 추진했던 이경서 박사팀이 구해준 맥도날드 항공사의 '나이키-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 자료도 밤낮없이 복사했다. 그 양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사과 상자에 모두 넣어서 워싱턴을 거쳐 한국의 ADD로 보냈다.

-- ADD의 이런 노력이 국산 훈련기 KT-1 '웅비'를 시작으로 최신 국산 전투기 KF-21'로 이어졌는데.

▲ 한국은 이런 과정을 거쳐 1980년대 초 F-5E/F 제공호 사업과 KF-16 기술도입 생산을 하면서 비행기 생산 기술을 습득했다. 이는 ADD의 KT-1 독자 개발, T-50 공동개발, '수리온' 기동헬기와 '미르온' 경공격 헬기 개발로 이어졌다. 이후 한국은 ADD의 '한국형 전투기'에 대한 핵심기술 연구와 탐색 개발을 거쳐 KF-21 '보라매'를 만들어냈다. 50여년이 걸린 성과다.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2023년 12월2일 미국 캘리포니아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한국군 첫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스페이스Ⅹ사의 우주발사체 '팰컨9'이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 한국은 자체 정찰위성을 갖고 있나.

▲ 한국군은 정찰용 인공위성 여러 기를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최근 '425 사업'의 마지막 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독자적인 고(高)해상도 정찰위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독자적 작전 능력에서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425(사이오) 사업이란 무엇인가.

▲ 보도된 바와 같이 425 사업은 고해상도의 SAR(합성개구 레이더) 위성 4기와 EO(전자광학) 위성 1기 등 5기의 위성을 가동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SAR의 '4(사)' 발음과 EO의 '25(이오)' 발음을 합쳐 425 사업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 정찰위성 개발은 언제 시작됐나.

▲ 1997년 내가 함대함 미사일인 '해성'의 개발 책임자로 일할 때였다. 당시 ADD는 해성뿐 아니라 정찰위성 개발에 대해서도 정부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그해 외환위기 등으로 그 사업이 중단됐다. 그러다 나는 국방부 연구개발관으로 일하고 있었던 2004년 이 사업을 다시 추진키로 했다. 당시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항우연(항공우주연구원)은 위성 본체를 맡고, ADD는 SAR와 IR 위성 카메라를 개발키로 했다. ADD에서는 해성의 마이크로파 탐색기를 개발했던 양태석 박사가 센서 개발단을 이끌었다.

-- 국산 정찰 위성이 처음으로 하늘로 올라간 것은 언제인가.

▲ 항우연과 ADD가 공동 개발한 첫 위성은 아리랑 5호 SAR 위성으로 2013년에 발사됐다. IR 위성은 2015년에 올라갔다. 이들 위성은 지구 관측용이지만 군사정보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본다.

-- 한국 정찰 위성의 식별 능력은.

▲ 보도에 따르면 1m 이하의 해상도를 가진다고 한다. 위성의 해상도가 50cm급이면 평양 시내에 있는 자동차가 벤츠인지, 아우디인지, BMW인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성정보 기술은 국토건설, 일기예보, 환경 문제 등 민간의 많은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그래서 우주 산업은 민군 겸용 산업이라고 한다.

항행 중인 정조대왕함
2025년 2월1일 제주 앞바다에서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이 해군 제주기지를 향해 항진하고 있다. [해군 제공]

-- 하늘에서의 국방력뿐 아니라 바다의 국방력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 현대 전쟁은 육해공전(戰) 뿐 아니라 우주와 사이버전까지 결합하는 입체전이다. 한반도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방향에서 싸워야 한다. 해군은 바다를 통해 내려오는 적군을 막는 것뿐 아니라 바다 위와 바닷속을 통해 상대방을 공격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력이다.

-- 해군이 보유한 전투 장비로 무엇이 있나.

▲ 전투함으로는 초계함, 호위함, 구축함, 잠수함 등이 있다. 바닷속에 설치한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함, 군인과 장비를 육지에 상륙시키는 상륙함도 있다. 배수량 기준으로 초계함은 1천톤 안팎, 호위함은 3천∼4천톤, 구축함은 5천∼1만톤 정도 된다. 배수량 기준 톤수는 배가 바다 위에 떠 있을 때 그 무게로 밀어내는 바닷물의 양을 말한다. 전투 함정에는 함포는 물론 대공, 대함, 대지 공격용 미사일이 있고, 방어용 미사일도 있다. 또 무장과 레이더, 소나(SONAR.수중음향탐지기) 등의 센서들을 연동시키는 함정전투체계도 갖추고 있다. 이 전투체계는 대함 미사일인 '해성' 개발 시 이종한 박사(현 LIG D&A 고문)가 국산화했다.

-- 한국에는 항공모함이 없는데 그 이유는.

▲ 한국도 대양(大洋) 해군으로 가기 위해서는 항공모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항공모함이 북한 등을 견제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면 굳이 필요가 없다는 논리도 있다. 남한 땅 자체가 항공모함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2026 환태평양훈련 해상 훈련
2026년 7월 22일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한 연합해군 전력이 미국 하와이 제도 북부에서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에서는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호위함 '대전함', 상륙함 '천자봉함'이 참가했다. [미 해군 제공]

-- 한국해군의 주력인 구축함의 핵심 임무는 무엇인가.

▲ 원래 구축함은 적군의 다양한 위협을 막는 게 기본 목적이다. 그래서 공중의 적기를 요격하는 대공 미사일도 장착하고 있다. 당연히 장거리에 있는 적군의 배와 특정 지상시설에 대한 공격도 한다. 함대함 미사일, 함대지 미사일을 갖고 있는 이유다. 현대식 구축함은 광개토대왕함급 DDH-1으로 1998년 취역했다고 한다. 취역은 임무에 투입되는 것을 말한다. 그 후 4천톤가량의 충무공이순신함급이 나왔다. 최근에는 DDG-1 세종대왕함급 이지스 구축함을 시작으로 대잠수함 능력이 향상된 8천톤급의 DDG-2 정조대왕함도 취역하고 있다고 한다.

-- 최근의 구축함은 스텔스 기능도 갖췄다는데.

▲ 예전의 군함은 갑판 위에 각종 포와 미사일이 설치돼 있어서 전파 반사 면적이 컸다. 이러면 적군의 레이더에 쉽게 포착된다. 최근의 함정들은 포는 줄이고 미사일은 갑판 아래 장착하고 있다. 반사 면적을 줄이면서 어떤 무장을 하고 있는지가 노출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선체의 모양도 스텔스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갑판 아래에서 미사일을 쏘는 수직발사대(Vertical Launch System) 기술은 2000년대 초 대잠 미사일 '홍상어'를 개발하면서 확보했다. '홍상어'(ADD 개발책임자 배연숙)는 약 10년간의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 개발됐는데 20km밖에 있는 잠수함을 타격할 수 있다. 수직발사대 개발로 신형 구축함들은 대함, 대지, 대공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 한국의 유명한 이지스함에 대해 소개한다면.

▲ 이지스함은 최첨단 레이더와 전자장비를 갖춘 이지스(Aegis) 전투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함대 전체의 방공 지휘함 역할을 한다. '위상배열 레이더'라는 좋은 눈을 갖고 적군의 미사일이나 비행기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다. 그리고 컴퓨터를 통해 적합한 미사일 등을 골라서 신속히 발사한다. 그래서 이지스함은 방공 사령부 역할을 하면서도 타격 능력을 갖춘 다목적 전투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은 미국의 최신예 구축함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군함이다.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에 사용되는 각종 미사일과 전투체계도 대부분 국산화했다. 최근에는 탄도탄 방어 능력을 갖춘 DDG-2 정조대왕함급을 건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군 최초 잠수정 '돌고래-051'
[해군 제공]

-- 우리나라의 잠수함 개발 역사는.

▲ 1980년대 초 ADD의 진해 기계창은 200톤급 다목적 잠수정 '돌고래'를 개발했다. 김영수 박사(당시 해군 중령, ADD 부소장 역임)와 김흥렬 박사(당시 해군 소령)가 중심이 돼서 독자적으로 설계했다. 건조는 코리아타코마(현 HJ중공업)가 담당했다. 모두 3척을 만들었는데 2016년 퇴역했다. 그 이후 한국은 1990년대 초반 독일 잠수함을 도입해서 장보고급을 건조하면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켰다. 이제 한국은 3천톤급 '장보고'를 자체 기술로 건조한다. 이런 기술력으로 세계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 아군의 잠수함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적군의 잠수함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데, 그 방법은 무엇인가.

▲ 디젤엔진 잠수함은 연료를 연소할 때 산소가 필요하니 주기적으로 수면 가까이 올라와야 한다. 그리고 바닷속에서 움직일 때는 엔진 때문에 소음이 난다. 해군은 바다 위를 정찰하는 초계기와 헬기, 무인기의 전자광학 장비, 소나라는 수중음향탐지기를 이용해 이를 포착한다. 정찰위성은 적의 항구에 있는 잠수함이나 군함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남한강 도하하는 K-2 전차
2025년 11월 20일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도하 훈련'에서 육군 제11기동사단 소속 K-2 전차가 부교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한국의 육상 무기로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유명한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최근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하면서 세계 각국이 국방력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의 전차와 자주포는 이런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무기들이다. 한국은 최고의 성능을 가지면서도 비교적 싼 가격의 이런 무기를 가장 빨리 공급될 수 있는 나라다.

-- 한국이 이렇게 된 이유는.

▲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다 보니 우수한 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양산체제도 갖추고 있다. 반면에 유럽 국가들의 경우 오랫동안의 데탕트(긴장 완화) 분위기로 인해 무기 생산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무기 생산 능력도 떨어졌다.

-- 한국의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성능은 세계 톱 수준이라고 하는데.

▲ 전차나 자주포는 얼마나 멀리 포탄을 보내는지, 얼마나 정확히 맞추는지, 쏜 다음에 얼마나 빨리 재장전하는지가 중요하다. 한국 K-2 전차와 K-9 자주포는 자기 위치와 표적의 위치를 자동으로 계산한다. 움직이면서 사격할 수 있고, 자동 장전도 가능하다. 험한 지형에서의 기동 성능도 뛰어나다.

-- 한국의 전차와 자주포는 앞으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나.

▲ 그건 장담할 수 없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빠르게 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나 튀르키예 등 후발국들도 자급자족은 물론 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미국 등은 자주포의 사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전차의 기동성과 사격 능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26년 첫날 하늘을 나는 공군 전투기
2026년 1월1일 '하늘의 지휘소' 공군 항공통제기 (E-737)가 KF-21, FA-50, TA-50 등 국산 전투기들을 포함한 총 6대의 공군 전투기들의 엄호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 최근의 캐나다 잠수함 수출 실패에서 보듯이 방산 수출의 세계적 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우수한 무기 개발과 함께 공동개발, 집단 안보체제 교류 등 기술적·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미국 시장을 비롯한 세계시장 확보를 위해 국제 협력에도 나서야 한다. 미래 첨단무기 수출을 위해서는 해외 현지 투자도 해야 한다. 물론 국내에서는 무기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

-- 정부와 국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소총 한 자루 못 만들던 우리나라는 50여 년 만에 육해공 모든 면에서 뛰어난 방산 강국으로 발전했다. 자주국방의 기반을 이루는 데 참여한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큰 자부심을 느낀다. 방위산업의 발전과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도전적 국방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가능하다. 그리고 연구원들에 대한 사기진작책도 필요하다.

-- 국방 기술 개발에도 강인한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 과거에도 그랬듯이 국방연구개발은 도전의 연속이다. 미래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다양한 장애가 있을 것이다. 전필승(戰必勝), 공필취(攻必取)라는 말이 있다.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점령한다는 뜻이다. 이런 강인한 정신으로 장애물을 헤쳐 나가야 한다.

(인터뷰 5차 기사 질문-답변 끝)

2016 과학기술 국회공로장 시상식에서 국회의장 공로상을 수상한 안동만 전 소장(오른쪽)
왼쪽은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 [국회 제공 사진]

<인터뷰 1차 기사 요약>

[삶] "하늘에서 바늘로 바늘 맞추는격…한국 미사일, 세계 톱 수준"(7월13일)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서 UAE가 보여준 천궁-Ⅱ의 방어율 94∼96%는 정말로 뛰어난 수준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대공 미사일은 톱 클래스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지대지 미사일을 만드는 '백곰사업'은 1971년 12월 24일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친필 메모를 통해 1단계로 1975년까지 200㎞ 사거리의 국산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백곰사업은 1978년 9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앞으로 자주국방 수준을 더욱 끌어올리고, 방산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도전했다가 실패해도 용인해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성과에 대해 제대로 보상해줘야 한다.

현재는 관료주의가 문제다. 국회가 수많은 법을 만들고, 정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만드는데, 이게 너무 많다. 실패하면 이런 규정을 근거로 각종 수사와 감사가 뒤따르니 도전적 연구를 기피하게 만든다.

<인터뷰 2차 기사 요약>

[삶] "탱크의 무한궤도 파편이 대통령 관람석까지 날아들었다"(7월20일)

1971년 당시 한국이 ADD를 창설하고 기본 무기를 만드는 번개사업을 진행한 것은 안보환경이 상당히 위급했기 때문이다. 1968년 1월 21일 '1·21 사태'가 일어났고 같은 해 10월에는 울진-삼척 무장 공비 침투 사건이 있었다. 1969년 7월 25일에는 '닉슨 독트린' 발표로 주한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의 재침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1971년 당시 한국은 소총, 기관총 등 기본 병기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ADD 연구원들은 밤낮으로 일해서 한 달 만에 기본 병기들을 만들어 번개 사업을 완수했다. 설계 도면이 없어서 미군의 소총, 기관총, 박격포, 대전차 지뢰 등을 역설계 방식으로 무기를 만들었다. 과거의 이런 노력은 현재의 뛰어난 무기들의 토대가 됐다.

<인터뷰 3차 기사 요약>

[삶] "韓 벙커버스터 현무-5, 비핵 미사일 중 세계최대 위력 갖춰"(8월3일)

한국의 순항미사일은 아주 정밀해서 1천㎞ 떨어진 건물의 작은 목표물도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관성항법장치, 위성항법장치, 적외선·레이더 탐색기 등에서 뛰어난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무-5는 지하 수십m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벙커 버스터다. 정확한 위치 정보를 갖고 있으면 북한의 대부분 지하 벙커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비핵(非核) 미사일 중에서는 세계 최대의 위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또다시 전쟁의 아픔을 겪지 않으려면 군사력에서 주변의 적국보다 항상 앞서 있어야 한다. 이는 강한 경제력과 뛰어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우수한 무기체계를 발전시켜야 가능한 일이다.

<인터뷰 4차 기사 요약>

[삶] "국산 전투기, 서울∼충주 정도 먼거리의 적기 3분내 요격 가능"(8월12일)

1991년 12월 12일 오전 사천비행장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국내 업체들과 함께 자체 개발한 KTX-1의 초도(첫) 비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KTX-1(그후 KT-1)의 성공은 우리도 전투기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줬다. 그 결과 올해부터 4.5세대 국산 전투기 KF-21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KF-21은 미국의 최강 전투기 중 하나인 F-35와 비교하면 스텔스 기능과 통합 전자전 기능 외에는 별로 부족한 게 없다. AESA(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를 비롯한 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적기가 100㎞ 밖에 있더라도 빠르게 포착해서 3분 안에 격추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 KF-21의 새 버전은 6세대를 지향한다. 유인 전투기가 수십 대, 수백 대의 무인기를 이끌고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유무인 합동전력에는 첨단 인공지능(AI)도 동원된다. 유인기들은 군집 무인기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휘를 할 수 있다.

국가는 이런 연구와 개발을 하는 연구원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 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자주국방을 위한 도전적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국방기술 자립을 넘어 치열한 국제 경쟁을 헤쳐 나갈 수 있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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