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샤합니따.”
한국인 최초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는 이강인(25)이 20일(한국시각) 마드리드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에서 열린 2026~2027 프리메라리가 개막전 말라가와 경기에서 결승골로 승리(2-0)를 이끌자, 현지 팬들은 한국인을 마주칠 때 서투르지만 분명하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잘했다는 뜻의 영어 표현인 “강인 굿 잡(good job)”이라는 말도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6만5000여 관중이 자리를 채웠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이끈 루이스 데라푸엔테 스페인 축구대표팀 감독도 식전 축하행사 뒤 경기를 지켜봤다.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한 한인 팬을 포함해, 모두는 한순간에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 이강인의 ‘마법’에 매료됐다고 볼 수 있다.

아틀레티코는 이날 질서정연하게 수비벽을 친 말라가의 방어에 고전했다. 시종 몰아쳤지만 슈팅은 번번이 골대를 벗어났고, 촘촘하게 늘어선 수비수들 사이로 공간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 흐름을 바꿨다. 들어오자마자 날카로운 중거리포로 예열한 이강인은 13분이 지난 후반 25분 꽁꽁 막혔던 혈을 뚫어냈다. 벌칙구역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간 그는 3명의 상대 선수를 벗겨낸 뒤 정밀한 왼발 감아차기로 반대쪽 골문 위를 때렸다.

침착한 드리블과 목표물을 겨냥한 시선 확인, 강력한 대포에 안방 팬들은 열광했다. 주장 코케를 비롯한 아틀레티코 선수들이 이강인의 데뷔전 골을 축하했는데, 스페인 ‘고향’으로 돌아온 영웅을 환대하는 분위기였다.
이강인은 파리 생제르맹 시절 측면에서 돌파나 크로스를 통해 득점의 보조자 역할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적극적으로 골을 노렸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은 이강인에게 공격뿐 아니라 수비 가담을 요구했고, 이강인은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기대에 부응했다. 후반 40분 알렉스 바에나의 추가 프리킥 득점포 또한 이강인이 기폭제가 되면서 불붙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총공세에서 나온 것이었다.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이강인에 대한 평가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팬들은 이강인은 최고의 선택이라며 환호했고, 레알 마드리드나 FC바르셀로나를 응원하는 교포 팬들도 “이강인이 뛰는 아틀레티코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꼬레아(Corea)는 한국의 스페인어 국가명이지만, “외치다”라는 뜻도 있다. 이에 착안한 한 매체는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이 새로운 영웅을 “꼬레아”(corea)했다고 전했다.
알고 지내던 한인 팬들이 전화를 걸어 “눈물 났어?”라며 묻기도 하고, 다음 경기는 “다 같이 가서 보자”고 한다. 경기를 지켜본 큰딸도 다음에도 표를 사달라며 벌써 조른다.
스페인의 스포츠 매체인 마르카는 이날 최고 점수인 별 3개를 이강인 선수에게 주며 “새로운 영웅”이라고 추켜세웠고, 아스는 프랑스어로 찬탄을 뜻하는 표현인 “오,라,라”(Oh la la)라고 썼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이강인이 팽팽했던 막판의 불안감을 잠재웠다”고 했고, “이강인의 꿈 같은 데뷔”(문도 데포르티보), “새로운 7번, 마술사의 손”(방송사 Dazn) 등의 평가가 나왔다.
시메오네 감독도 “이강인은 경기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뛰고 팀에 헌신하는 선수다. 그런 모습을 대표팀과 이전에 뛰었던 팀에서도 봤다”고 칭찬했다. 물론 시메오네 감독은 엄격하며, ‘한 경기 한 경기’(Partido a Partido) 꾸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북중미 월드컵 뒤 한국팀의 재건을 이끌 간판선수로 이강인을 지목한 바 있다. 시메오네 감독 밑에서 이강인이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데뷔전 결정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강인이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연 것 같다.
마드리드/스티브 김 통신원,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