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부채 2019조8천억원…사상 첫 2000조원 돌파

시중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올해 2분기 중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외상 구매)을 합친 가계신용이 25조9천억원 늘어 전체 가계신용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가계 빚) 규모를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6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천억원으로 3월 말에 견줘 25조9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빚이 2천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2분기 증가 폭은 20·30세대 중심의 부동산 ‘영끌·빚투’ 절정기였던 2021년 3분기(34조8천억원) 이후 최대로 기록됐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잔액은 1891조3천억원으로 3월 말보다 24조9천억원 많았다. 이런 증가 폭 역시 2021년 3분기(34조6천억원) 이후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별 가계대출을 살펴보면, 주택 관련 대출이 12조2천억원 늘어 전분기 증가 폭(8조1천억원)보다 컸다. 이는 주택거래량 증가 영향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김성준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9일) 이전 주택거래가 늘고, 기분양 집단대출이 늘어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일반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 주식 및 예·적금 담보대출 등을 포괄하는 ‘기타 대출’ 증가 폭은 12조8천억원에 이르러 1분기 증가 폭(5조4천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기타 대출 증가는 은행의 신용대출, 증권사의 신용공여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2분기에는 주식시장이 호황세였던 데 따라 ‘빚투’가 많았음을 반영한다. 부동산 투자와 함께 증시 활황기의 주식 투자 증가가 가계 빚 증가로 이어졌던 셈이다. 기타 대출 증가 폭이 주택 관련 대출 증가 폭보다 컸던 것은 2021년 2분기(주택 관련 17조6천억원, 기타 23조5천억원) 이후 처음일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다. 3분기 들어선 주식시장이 내림세를 탄 것을 고려할 때 2분기만큼 많이 늘지는 않았을 것으로 한은은 내다보고 있다.

가계대출을 취급 기관별로 보면, 예금은행은 1분기 2천억원 감소에서 2분기에는 13조3천억원에 이르는 큰 폭의 증가세로 전환됐다. 주택 관련 대출 증가 폭이 확대되고, 기타 대출은 증가세로 전환했다. 비은행 예금취급 기관(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등)에선 1분기 8조2천억원에서 2분기 3조1천억원으로 증가 폭이 축소됐으며, 기타 금융기관(보험회사, 여신전문기관, 공적 금융기관, 기타 금융중개회사 등) 등은 같은 기간 5조5천억원에서 8조6천억원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판매신용은 신용카드 이용규모 확대 등으로 전분기보다 9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1조4천억원)에 견줘선 증가 폭이 작았다.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1분기 204조7천억원, 2분기엔 208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판매 신용은 신용카드회사를 비롯한 여신전문기관, 백화점·자동차 회사 등 판매회사를 통한 외상(신용)거래를 말한다.

가계 빚이 빠르게 불어난 터에 한은은 7월에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추가로 인상할 뜻을 내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으로선 금융권 건전성 관리에서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정부는 가계부채 비율을 2030년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80% 아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비율은 지난해말 88.1%에서 올해 1분기말 85.3%로 떨어졌다. 가계부채가 불어난 속도보다 경제성장세가 빨랐던 데 따른 결과다. 9월8일 발표 예정인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 역시 호조를 띠었을 것으로 예상돼 이 비율은 더 내려갔을 수 있다. 하지만, 국제 비교에선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집계 기준으로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미국 68.1%, 일본 61.1%, 영국 73.6%, 프랑스 59.7%였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완화한 데 따른 문제도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설명회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로 높였다. 올해 말까지 예상되는 잔금대출과 이주비 대출 등 실수요를 고려한 조처였다. 이런 규제 완화의 영향에 대해 김성준 한은 팀장은 “(이주비 관련 대출로 연결되는) 재개발, 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되는 게 아니고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 어느 시점에, 어느 규모로 발생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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