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이뤄진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 조사 결과 국제 심판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최근 언론 보도로 뒤늦게 공개되면서 한국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성적에 대한 불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는 내부 고발을 통해 축구협회를 조사해 부적정한 예산 집행 사실을 확인한 뒤 전현직 임직원 23명에 대해 부당 사용액의 환수, 징계 요구, 수사 의뢰 등 조처를 취했다. 경찰과 검찰 조사까지 이뤄졌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당시 문체부 조사 보고서 보도자료에는 협회 법인카드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 전직 축구협회장이 국외 출장에 부인을 동반하면서 공금을 사용했고, 비상근 임원에게 부적절하게 보수를 지급했으며, 임직원이 유흥단란주점, 안마시술소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간략하게 공개했다.
하지만 최근 국회의 축구협회 청문회 과정에서 한 의원실을 통해 조사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보되고, 6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2011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열린 7차례의 국제대회 참가 심판진에 대한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다.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전 3경기도 해당하는데,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 최종 예선 오만전(2011년 9월)에서 2-0으로 승리했고, 카타르와의 마지막 6차전(2012년 3월)에서는 0-0으로 비겼다. 2024 브라질 월드컵 쿠웨이트와의 예선전(2012년 2월)에서는 2-0으로 이겼다. 이 기간 이뤄진 A대표팀의 평가전에서는 온두라스(4-0), 세르비아(2-1), 폴란드(2-2)와 맞섰고, 중국과의 올림픽팀 평가전에서는 한국이 1-0으로 이겼다.
당시 월드컵, 올림픽 예선 상대는 한국보다 역량이 떨어지는 팀이다. 또 평가전은 결과의 중요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판정을 맡은 심판진을 위해 안마시술소 등에서 비용을 지불한 것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명백하게 해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 축구계에서는 그동안 한국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성적이 ‘심판 매수’ 덕분이라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축구협회가 심판에게 성접대를 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반박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월드컵에 꾸준히 나가며 국제 무대에서 경쟁해온 한국 축구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얼굴’이기도 하다. 축구협회가 그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해버렸다.
비위 행위가 드러났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차원의 징계는 어려워 보인다. 피파 윤리 강령은 위반 행위에 대해 5∼10년의 시효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성적 학대, 괴롭힘, 착취 등 행위에 대해선 시효가 없지만, 심판에 대한 성접대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 성접대를 받은 심판들 대부분이 은퇴해 현역으로 활동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다만 문제의 경기를 두차례 관장한 일본인 심판은 현재 일본축구협회에서 J리그 심판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어 이번 사건으로 일본 축구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