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일본 엔화가 상당히 약세를 보인다면 다른 통화들도 그 뒤를 따라갈 것"이라며 "한국 원화 역시 그동안 과도한 변동성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중국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믿는다"며 "엔화 수준이 다른 문제를 야기하거나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를 촉발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특히 "경제사학자적 관점에서 볼 때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지나치게 약세였던 엔화가 부분적 원인이었다"며 "안정적인 엔화 가치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날 벌언은 달러 독주에 따른 강(强)달러 부작용을 줄이고 엔화 및 원화의 과도한 약세를 방어하겠다는 미 금융당국의 정책적 기조를 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일본 통화당국은 최근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한 사실도 이례적으로 확인했다. 당시 엔화가 급등하면서 원화 가치도 동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하자 시장에서는 한국 외환당국까지 원화 매수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베선트 장관은 향후 추가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해선 "도쿄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와 미국 납세자에게 도움이 되고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식이라면 일본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이 자국의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 외국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와 관련해선 "주식회사 일본(일본의 관민 비즈니스 모델)은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상당한 해외 자산을 축적해왔고 이런 흐름이 멈출 이유는 없다"면서도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가 끝났거나 적어도 한 단계가 끝났고 이제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이 과거처럼 인위적인 엔화 약세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쌓아온 해외 자산과 내수 체질 개선을 통해 자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31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엔화 매수 메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당시 캠프 데이비드 내각회의에서 '할 일'이라는 문구 아래 '일본 엔(JPY) 50억~100억달러'라고 적힌 메모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게 사진기자들에게 포착되면서 시장 개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베선트 장관은 "취재진에게 엔화 기호(JPY)를 확실히 알려주고 싶었다"며 "원래 '이란 최고지도자와 점심 먹기', '푸틴과 테니스 치기' 같은 '할 일 목록' 작성을 마무리하려다 '일본 엔화 50억~100억달러 매수'까지만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