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 조사 결과…"가로수 행정, 목소리 큰 몇 사람에 휘둘리면 안 돼"

서울 시민인 이선민씨(33)는 최근 서울 은행나무 수백 그루가 교체된단 뉴스를 접한 뒤 이렇게 반문했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 길을 걷는 걸 좋아하는 터라 더 그랬다. 그 역시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 냄새가 달갑진 않으나 그러려니 했다. 그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씨는 "인간 중심의 편의적 사고이고 행정"이라며 "좋아하는 사람도 많으니 재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에 긴 시간 뿌리 내려온 은행나무가 최소 729그루 이상 교체된단 소식이 알려져 논란이다.
이는 서울환경연합이 시민들과 서울 25개 자치구의 '가로수 계획'을 모니터링하며 밝혀졌다. 올해 한 해 동안 서울 은행나무 729그루 이상을 벤 뒤 다른 나무로 바꿔 심는다는 것이었다.
은행나무를 바꿔 심는 이유로 각 자치구가 든 건 '민원 해결', '시민 불편 해소' 등이었다. 가을이면 은행 열매가 떨어져 악취 등으로 민원이 매년 꾸준히 생겼기 때문이다. 걸을 때 밟으면 냄새가 집까지 따라오는 등 불편도 있었다.
서울환경연합은 '악취 민원'이 전체 주민의 뜻인지도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례로, 지난 5월 동대문구가 무학로 약 1km 구간 은행나무 61그루를 제거하려 하자, 한 주민이 중고거래앱 당근에서 지역 주민 의견을 물었다. 응답자 73%(83명 중 61명)가 은행나무 제거에 반대하거나, 열매 수거와 가지치기 등 대안이 좋다고 했다.
조해민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아무리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도 도시의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품는 가치는 단기간의 불편함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로수 행정은 길게 가꿔나가야 하는데, 행정이 목소리 큰 사람 몇 명의 민원에 흔들리면 안된다"며 "원칙과 데이터, 객관적인 위험성 평가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