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 회사들 간 '담배소송'이 대법원의 주심 공백으로 인해 심리가 이뤄지지 못한 채 지연되고 있습니다.
오늘(23일) 법원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의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난달 27일로 끝났습니다.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3부는 사건을 일종의 '간이 판결'인 심리불속행 기각 처리하지 않으면서, 대법원에서 본격적으로 사건을 다룰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주심을 맡았던 노경필 대법관이 지난 14일 법원행정처장으로 취임하면서 사건 심리가 일단 중단됐고, 재판연구관들이 보고서 작성 등의 업무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2014년 공단은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된 진료비 등 533억원의 손해를 담배 회사들이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흡연과 폐암 사이 역학적 관계만으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공단은 지난 2월 제조사의 불법행위 책임 등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구하기 위해 상고했습니다. 소송이 13년째 이어지는 동안 공단 이사장은 김종대 전 이사장부터 최근 취임한 강청희 이사장까지 총 5번 바뀌었습니다.
공단은 참고자료 추가 제출 등을 통해 담배의 위험성과 제조사의 책임 등 공단 입장을 보강한다는 방침입니다.
공단은 지난달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를 통해 "니코틴은 뇌 구조를 변화시켜 흡연자의 자유의지를박탈하는 마약 수준의 중독물질로, 피고들은 중독성을 낮추기보다 오히려 첨가제를 통해 의도적으로 의존성을 강화하고 위험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며 위험방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흡연은 자유의지가 아닌 중독의 결과고, 개인이 담배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스스로 입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증명책임 완화' 법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공단 관계자는 "국민들이 더 관심 가져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재판과 관련해 공론의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며 "주심이 새롭게 배정된 뒤 공개변론이나 전원합의체 회부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