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궁궐에 스민 어둠의 세계…'K-오컬트' 영역 넓힌 '동궁'

'킹덤' 이은 남주혁 주연 판타지 사극…설화·무속 등 한국적 색채 살려

현실과 '귀의 세계' 오가는 세계관…'꺼먹살이' 캐릭터 '조선 그루트'로 화제

공개 첫 주 비영어 쇼 2위…서사 완결성·일부 연기엔 호불호 갈려

넷플릭스 '동궁' 장면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7년 전 사극과 좀비를 결합한 판타지물 '킹덤'으로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파급력을 체감한 넷플릭스가 이번엔 'K-귀신'을 내세운 새로운 판타지 사극을 선보였다.

귀신이라는 만국 공통의 호러 소재에 한복과 궁궐 등 한국적 색채를 더한 'K-오컬트 사극'을 통해 다시 한번 글로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포석이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서 집계한 넷플릭스 톱 10에 따르면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은 3일 만에 비영어 쇼 부문 2위에 안착하며 국내외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동궁'은 조선 궁궐을 배경으로 귀신을 보는 눈을 지닌 구천(남주혁 분)과 귀신의 소리를 듣는 옹주 생강(노윤서)이 비밀 많은 왕(조승우)의 지시로 세자들의 연이은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구천은 현실과 '귀(鬼)의 세계'를 넘나들며 복숭아 나뭇가지와 벼락 맞은 대추나무(벽조목)로 만들어진 검을 휘둘러 귀신들을 없애고, 생강은 원귀들의 서늘한 울음소리와 사연을 들어주며 그들이 품은 한(恨)의 전말을 풀어낸다.

서로 다른 능력으로 궁궐에 깃든 저주를 추적하는 두 인물의 공조로, 30년간 세자들을 죽여온 '연못 귀신'의 정체와 꼭꼭 숨겨져 있던 왕가의 충격적인 비밀이 윤곽을 드러낸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 장면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초반부터 현실과 '귀의 세계'를 오간다는 독특한 세계관과 두 세계를 명확하게 가르는 선명한 색감 대비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실 세계는 차갑고 정적인 푸른 빛으로, 귀의 세계는 핏빛에 가까운 붉은 색을 활용해 미장센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현실과 귀의 세계가 평행세계처럼 겹쳐 전개되는 구도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뒤집힌 세계'처럼 서구권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한 느낌을 준다. 구천이 스스로 물에 빠지는 등 임사 체험에 가까운 극단적 고통을 통해 현실 이면의 세계로 진입한 뒤 귀신을 퇴치하는 설정은 할리우드 영화 '콘스탄틴'(2005)을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동궁'은 한국 고유의 오컬트 요소를 세련되게 세공해 K-콘텐츠만의 독창적인 매력으로 살렸다.

드라마 '손 더 게스트', '불가살' 등을 통해 한국형 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권소라·서재원 작가와 '마의', '옥중화' 등 다양한 사극 연출 경험이 있는 최정규 감독은 장엄한 조선 궁궐과 단아한 한복, 유려한 한글 필체 등 한국의 미를 살린 연출을 선보였다. 또한 무당을 필두로 한 토속적 샤머니즘 요소를 결합해 서구권 장르물에선 볼 수 없는 K-오컬트 사극만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귀(한을 품은 귀신)와 귀매(나쁜 기운이 쌓여 생겨난 존재) 등 상상 속 존재 역시 한국 전통 설화 등을 참고해 영상으로 구현했다.

특히 구천을 따라다니는 귀매 '꺼먹살이'는 크고 까만 눈에 흙으로 둥글게 빚은 인형처럼 귀여운 모습을 해 '조선 그루트', '반려 귀매'로 인기를 끌고 있다. 꺼먹살이는 구천의 양기를 빨아먹지만, 그가 위기에 처하면 크리처(괴수)로 변해 다른 원귀나 귀매를 무찔러준다. 시청자들은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루트'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더피'와 비교하며 굿즈 출시를 요청하고 있다.

최 감독은 "현실 이면의 초자연적 세계는 인류가 존재한 이래 계속 있었던 개념이라 생각했다"며 "여기에 한국 전통 설화나 근대 기담을 바탕으로 한국 고유의 맛을 넣어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장치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에게 신선함과 익숙함을 동시에 선사한다고 평가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오컬트나 판타지 요소를 더한 사극은 깊은 역사적 배경 지식 없이도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귀신 같은 보편적인 소재에 한국 전통 설화 등 고유의 새 옷을 입혀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 장면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서사의 밀도와 완결성 측면에선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엇갈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와 충분한 설명 없이 넘어가는 일부 세계관 설정 등으로 극 후반부 서사의 이해도가 떨어지고 피로감이 쌓인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 감독은 이러한 평에 대해 "제한된 포맷 안에서 어디까지 보여주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이 많았다"며 "시즌2를 위한 의도적인 떡밥은 아니었다"라고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평도 나뉜다. 비밀을 품은 왕의 복잡한 내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조승우, 왕과 치열하게 대립하는 대비 역의 장영남 등 중견 배우들은 묵직한 카리스마로 극의 무게중심을 잡았다. 그러나 일부 배우의 사극의 특유 톤과 세밀한 감정 연기에서 다소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뒤따랐다.

일각의 지적에도 '동궁'은 한국적 미학을 살린 미장센과 국악을 활용한 배경음악, K-사극에 오컬트적 요소를 조합한 장르적 변주 등에 힘입어 일단 국내외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다.

공 평론가는 "앞으로도 K-사극은 장르적 스펙트럼을 지속적으로 넓혀가며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골라보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 장면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gahye_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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