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인 이상 기업, 산재 공시 의무화…하청∙특고까지 포함

클립아트코리아

상시노동자 500명 이상이나 연간 건설공사금액 1200억원 이상인 사업주의 경우 매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하청 노동자와 노무종사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까지 포함해 공개해야 한다. 다음달 1일부터 안전보건공시제가 시행되면, 기업의 산재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안전보건공시제 도입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된 이후, 공시 대상과 항목 등을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담았다.

500인 이상이나 건설공사금액 1200억원 이상인 사업주는 1년에 한번 안전보건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노동부는 공시 대상 기업이 약 3700곳이라고 추산했다. 이들 기업이 공개해야 할 항목은 산재 발생 현황과 전년도 안전보건 실적, 해당 연도 활동계획, 안전보건 투자 내용, 산재 재발 방지 대책 및 이행계획 등이다.

산재 현황에는 산재 사고와 업무상 질병이 포함되고, 직접고용 노동자뿐만 아니라 1차 하청 노동자, 노무종사자까지가 대상이다. 예컨대 쿠팡의 경우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기사의 산재 현황도 파악해 공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부는 해당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모아, 새로 만드는 ‘공시 누리집’에 공개할 예정이다. 공시 의무를 어기면,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안전보건공시제 도입은 노동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기업이 산재 예방 노력을 스스로 강화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라며 “예를 들어 어느 사업장에서 특정 질병이나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 그것에 맞는 대책을 기업이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장의 산업안전을 감시하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도 현장을 잘 아는 노동자의 진입이 쉽도록 개선된다. 현재는 노사가 합의해 설치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있는 사업장(100인 이상)의 노동자 대표만 추천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위원회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노동자 대표가 추천하기만 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명된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은 사업장 안전점검에 참여하고, 사업주에게 안전조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노동계는 안전보건공시제 대상이 좁다는 점과,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 우려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고용형태공시도 300인 이상인데, 안전보건공시제가 500인 이상인 건 대상이 너무 좁다”며 “공시를 이행하지 않아도 과태료가 1천만원이고, 허위 공시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이행 강제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공개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강섭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산재예방정책팀장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공시해야 할지 기준과 범위가 불명확하다”며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른데, 단순히 안전투자 금액만 비교되는 상황도 우려된다”고 했다.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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