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여청청소년과 협조하는 통합수사 조율…일반살인 적용엔 지휘 안 해"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 수사 초기 살인 사건과 성범죄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살인 사건 수사의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일선 수사팀이 장윤기에게 일반살인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선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21일 "장윤기의 살인 사건 송치 시한 안에 외국인 여성 성폭력 사건까지 입증해 한꺼번에 송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살인 사건 수사의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폭력 사건은 전담 부서인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하되 관련 기록은 살인 사건 수사서류에 첨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당시 조치가 두 사건을 별개로 떼어 수사하라는 취지는 아니었다고도 설명했다. 같은 경찰서의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가 협조해 수사하도록 조율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광산서 측에서 성폭력 사건을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하겠다고 해 그렇게 하도록 한 취지도 (지시에) 섞여 있었다"며 "당시에는 분리 수사가 아닌 통합수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는 장윤기를 수사했던 광주 광산서 전 형사과장 박모 경정과 수사팀원들의 주장과 일부 배치된다. 박 경정 측은 국수본이 광주청을 통해 장윤기의 베트남 국적 여성 성범죄 사건과 여고생 살인 사건을 따로 수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지침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광산서 형사과가 두 사건을 한 번에 맡아 범행 동기와 사건 간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수사하겠다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당시 외국인 여성 성범죄 사건은 광산서 여성청소년과가 맡았고, 여고생 살인 사건과 베트남 여성에 대한 살인예비 사건은 형사과가 수사했다. 광산서 형사과는 장윤기에게 강간목적살인이 아닌 단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이 보완수사를 거쳐 장윤기에게 강간 목적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면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형법상 일반 살인죄는 형량 하한선이 징역 5년이지만, 강간 목적 살인죄는 최소 무기징역으로 처벌한다.
국수본은 혐의 적용을 둘러싼 지휘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강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 적용에 대해서는 국수본이 직접 지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 사건에서도 성폭력을 살인 혐의에 넣으라거나 빼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광주청이 먼저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겠다는 의견을 국수본에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외국인 여성 성범죄 사건을 숨기거나 살인 사건 수사에서 배제하려 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광산서 여성청소년과도 성범죄 사건의 증거 분석 결과를 받은 직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기소 일정을 고려해 (성범죄) 사건을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며"증거 분석 결과서가 도착하고 다음 날 바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수본 직속으로 편성된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있는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와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등을 압수수색했다. 일선 수사팀원들로부터 국수본 개입 진술이 나온 가운데 사건 수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보고·지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특수단은 '셀프수사' 논란과 관련해 사건 지휘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형사라인 인력을 수사단 구성에서 모두 배제한 만큼 이해충돌 문제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