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유 수출 차단 앞세운 경제 압박, 소수민족 무장세력 동원한 내란 조장 등 논의

FT는 이날 게재한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 일부 인사들이 지난 2월 이란 전쟁 개전 때부터 목표했던 이란 신정정권 교체를 다시 밀어붙이는 방안을 고려 중인 듯하다면서 경제 압박과 내란 조장 등 여러 수단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수단은 경제적 압박이다. 이란의 돈줄인 원유 수출을 차단해 경제 위기를 가속화하겠다는 것. 지난 2월 이란 전쟁 개전 전 이란은 극심한 경제난과 대규모 시위, 유혈 진압을 겪었다. 사회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미국,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면서 경제난과 사회 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으나,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는 문제다.
FT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에 협조할 정권 내부 인사를 찾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이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접촉을 시도했으나 포섭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5~2013년 재임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고 발언할 만큼 반이스라엘 성향이 강했다. 그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정권의 정책 실패, 부패를 고발하다 신정 체제의 정적으로 찍혀 가택연금 중이었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 전쟁 첫날인 2월28일 그의 자택을 폭격했다. 그가 가택연금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그를 감시하던 경비원들을 제거하려는 목적이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폭격 직후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했다. 그러나 그를 지도자로 추대하지는 못했다. 미국, 이스라엘 계산과 달리 이란 신정정권이 무너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본인이 이스라엘 측 계획에 환멸을 느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이란 내부 봉기를 부추기는 방안도 다시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전쟁 초 이스라엘은 이란 소수민족 쿠르드족 무장세력 지원을 주장했지만 미국 거부로 무산됐다. 미국, 이스라엘이 이란 내전을 바란다면 쿠르드족은 버릴 수 없는 카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권 교체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는 이란과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주장하고 미국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전쟁으로 공습만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 개방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배리 매카프리 예비역 장군은 호르무즈 지상전에 60만 병력과 1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다만 정권 교체 시도에는 위험이 따른다고 FT는 짚었다. 출구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중동 위기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는 것. 특히 이번 전쟁으로 미국의 무기 재고가 급감한 게 문제다. 개전 몇 주 만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30%,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의 50%가 소진됐다. 상당수는 대만 유사시에 대비한 물량이었다. 다시 재고를 채우는 데 수년이 걸린다. 그 사이 중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 FT는 현재 미국의 최대 위기는 이란 전쟁이며 앞으로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만 갈등 격화가 우려스럽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