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하청 직고용할 때 임금 차별 안 돼”…한화오션 패소, 새 기준될까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본사 대형 크레인에 사명이 표기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회사에서 일하던 청원경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뒤 기존 노동자와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한 한화오션에 대해 최근 항소심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부산고등법원은 한화오션이 별도 직군을 신설해 청원경찰에게 기존 단체협약보다 불리한 임금체계를 적용한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근 포스코와 한전케이피에스(KPS)에서도 하청 노동자 직고용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이 유사한 분쟁의 판단 기준이 될 지 주목된다.

부산고법은 지난 9일 한화오션 청원경찰 노동자 1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호봉정정 등 청구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한화오션은 자회사 웰리브에서 일하던 청원경찰을 2021년 직접 고용하면서 ‘보안직’ 직군을 신설했고, 이듬해 보안직에만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하도록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다른 직군에 공통 지급되는 상여금과 휴가비 등 각종 수당을 보안직에는 지급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러한 임금체계가 무효라며, 기존 단체협약에 따라 청원경찰의 호봉을 재산정해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19년 웰리브가 임금삭감에 반대한 청원경찰 26명을 집단 해고하며 시작됐다. 이들은 복직 투쟁 끝에 법원으로부터 한화오션이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판단을 받아 2021년 직접 고용됐다. 하지만 회사는 청원경찰에게 ‘임금은 추후 별도로 합의해 결정한다’는 조건부 입사 합의서를 작성하게 했다. 한화오션은 또 이듬해 기존 정규직 노조와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도 ‘보안직의 임금은 별도로 협의해 결정한다’는 조항을 담은 부가협약서를 체결했다. 회사는 이를 근거로 청원경찰만 별도 임금체계를 적용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청원경찰 ㄱ씨는 “2022년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회사가 해당 부가협약 조항을 넣지 않으면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기존 노조를) 압박했다”며 “청원경찰은 전체 조합원 수에 견줘 절대적으로 적어 단협 체결을 지연시키면서까지 해당 조항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1심에서 청원경찰 직군이 기존 단체협약 체결 당시 존재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이 조건부 입사 합의서를 통해 임금체계 변경에 동의했으며 부가협약도 유효하다며 회사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청원경찰도 별정직·생산직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기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2008년 인사규정에 별정직·생산직의 하위 업무로 보안·경비·방호가 포함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청원경찰만 불리하게 대우하기 위해 만든 부가협약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무효이며, 임금체계도 보안직 직군 과반수 동의없이 회사가 일방 도입해 효력이 없다고 봤다.

이번 사건에서 청원경찰을 대리한 김기동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회사는 청원경찰 직군이 새로 생겨 별도 임금체계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한화오션이 과거 청원경찰을 직접 고용했다가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바꿨을 뿐 같은 업무가 계속 이어져왔다고 판단했다”며 “기존에 같은 직군이 없었다는 이유로 더 불리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직고용 이후 별도 직군을 신설해 기존 노동자와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는 지난 4월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사 노동자 약 7천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지만, 기존 정규직(E·P직군)과 별도로 ‘시너지(S)직군'을 신설했다. 해당 직군의 임금은 기존 정규직의 7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하청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박근서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반쪽짜리 꼼수 직고용”이라며 “별도 직군을 철회하고 정상적인 직고용을 하라”고 비판했다.

한전케이피에스(KPS)도 노정 합의를 통해 발전설비 정비 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의문에 담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공개채용을 거친 기존 직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정규직 노조가 반발했다. 결국 하청 노동자의 구체적인 처우는 향후 한전케이피에스 노사와 하청 노동자,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김 변호사는 “이번 한화오션 판결이 직고용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 다른 곳에 좋은 선례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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