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 산재 인정률이 남성의 산재 인정률을 훨씬 밑도는 가운데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재명 정부에서 여성 산재인정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지혜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는 21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의 1년 여성·성평등 정책을 평가하는 ‘이재명 정부 1년, 여성·성평등 정책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기존의 업종 분류와 산재 예방 체계가 여성 노동자의 위험을 처음부터 포착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며 “작업 환경과 안전 기준도 남성 노동자를 표준으로 삼아왔다. 지금의 산업안전보건 정책은 여전히 건설업, 제조업의 사고 예방에 집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여성 산업재해자는 2020년 2만4031명에서 2024년 3만6485명으로 1.5배 늘었다. 남성(같은 기간 1.2배)보다 증가폭이 크다. 젠더리뷰(2026년 봄)에 실린 류지아 가톨릭관동대 교수의 ‘모두를 위한 산업안전보건 : 표준을 넘어’를 보면, 2019∼2023년 여성 질병 재해자의 71%, 여성 사고 재해자의 78%가 ‘기타의 사업’에서 발생했다. 반면, 남성 질병 재해자의 경우 17.4%, 남성 사고 재해자의 26.8%가 ‘기타의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업종 분류는 제조업, 건설업, 운수·창고·통신업, 농업, 임업 등과 ‘기타의 사업’까지 총 10개로 분류돼 있다. ‘기타의 사업’에는 도소매·음식·숙박업, 전문·보건·교육. 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으로 여성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 한꺼번에 묶여 있다. 김 부대표는 “도소매, 보건, 사회복지, 음식, 숙박업 같은 여성 집중 직종의 위험이 하나의 모호한 분류에 속하면서, 여성의 노동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의 산재가 적었던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준과 통계가 여성의 노동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성 재해자의 상당수가 ‘기타의 사업’에서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산업안전 범정부 9·15 안전대책’을 발표하며 종합적인 산재 대책 방안을 내놓았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역량을 강화했지만, 건설 현장과 지역 산업단지 등에 집중됐고 산업재해에 취약한 노동자로 외국인, 특수고용노동자, 고령자는 포함됐지만 여성은 없었다.
김 부대표는 정부가 성인지적 관점을 담은 노동안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본부 안에 여성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총괄할 수 있는 성인지 산업안전보건정책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한다”며 “산재 통계를 성별, 업종, 직종, 질병 유형 등으로 공개하고 ‘기타의 사업’을 세분화해야 한다. 신청과 승인 건수뿐 아니라 불승인 사유, 요양 기간, 후유장애와 사망까지 성별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업 중지권 역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한정돼서는 안 된다. 성희롱과 폭력, 정신 건강의 위험 앞에서도 노동자가 일을 멈추고 피할 수 있어야 한다.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사업주 제재 규정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