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세포 첨단재생의료 검증 절차 단축…환자∙보건단체 “환자 안전권 위협”

21일 서울 중구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제1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정책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자가면역세포를 활용한 첨단재생의료의 치료 대기 기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외국에서 원정치료를 많이 받는 무릎골관절염 등 질환 치료의 임상연구를 지원한다. 환자∙보건의료단체는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의료기술로 인해 환자 안전권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제1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정책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제2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2026~2030)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2차 기본계획은 환자 접근성 확대, 과학적 규제 합리화 및 안전관리 강화, 기술·산업 경쟁력 강화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첨단재생의료는 사람의 세포·유전자 등을 이용해 손상된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재생·회복하거나 희귀∙난치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술이다.

자가면역세포를 활용한 첨단재생의료의 위험도는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조정한다. 저위험으로 조정되면 선행 임상연구(2~3년)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 치료를 받는 고형암,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치료 대기 기간이 줄어들게 된다. 현행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첨단재생의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위험도를 고·중·저위험 3단계로 나눠 치료 절차를 차등 적용한다. 고∙중위험의 경우 선행 임상연구를 반드시 마친 뒤 환자에게 치료해야 한다. 복지부는 “(자가면역세포를 활용한 첨단재생의료) 위험도는 낮아졌지만 안전관리 기준은 기존 수준을 유지한다”며 “세포 배양기술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과 동일하게 허가받은 세포처리시설에서 배양된 인체 세포만 공급받아 사용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외 원정치료 수요가 높은 질환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도 지원한다. 우선 지원 대상은 무릎골관절염(퇴행성 관절염), 난치성 만성통증, 혈액암, 재발성 교모세포종 등 4개 질환이다. 정부는 연구자가 세포처리시설의 시설·인력·장비를 활용해 임상시료 제작과 세포처리 공정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연구 결과는 치료계획 심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치료비용 등을 검토해 국내 치료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 주도로 임상 연구에 들어가는 과제의 연구 기간은 21개월로, 이달부터 연구를 시작하면 2028년 상반기 연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며 “이후 치료계획 신청·심의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8년 하반기에 치료 실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재생의료 관련 거짓·과대광고와 미승인 시술 의심 기관에 대한 관리는 강화한다. 미승인 시술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은 기관 유형에 따라 안전관리기관 또는 관할 보건소가 현장점검을 하고,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처분·고발 등 조처를 실시한다. 내년 3월에는 첨단재생의료에 특화된 광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환자단체와 보건의료단체는 첨단재생의료 규제 완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검증을 생략해 환자를 검증되지 않은 시장에 노출시키는 것은 업계의 지나친 요구사항을 수용하며 환자 안전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부대표는 “의약품 개발의 첫 단계인 임상연구조차 거치지 않은 약을 투여하는 것은 환자 건강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면서 “정부는 퇴행성 관절염 같은 경증질환 치료의 임상연구가 아닌 시장성이 없어 외면받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과 기초과학 연구 육성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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