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혐오와 차별은 ‘반시민적 행위’로 가르치되, 논쟁적인 사안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가르치도록 하는 학교 시민교육의 기본원칙을 내놨다. 다만 ‘혐오’와 ‘논쟁적인 사안’을 나누는 기준과 방법이 없고 이의가 제기됐을 때 책임 주체도 분명하지 않아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교위는 독일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뼈대로 한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기본원칙)을 발표하고 오는 31일까지 온라인 누리집(ne.go.kr)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국교위는 지난해 12월부터 민주시민교육 특별위원회를 꾸려 이를 논의해왔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1976년 도입된 독일 정치교육의 기본원칙으로 특정 입장을 주입하지 않고 다양한 견해를 함께 가르치도록 한다.
기본원칙은 혐오와 차별은 ‘배격할 것’으로 명확히 했다. 기본원칙 11조에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편견, 모욕, 따돌림, 조롱과 비하, 혐오와 차별의 말과 행동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반시민적 행위임을 깨닫도록 가르친다”고 규정했다. 최근 광주 혐오 응원 구호로 논란이 된 ‘배재고 사건’을 계기로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된 ‘혐오 표현 교육’의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다만 기본원칙 12조2항에서 사회적으로 견해가 갈리는 ‘논쟁적인 사안’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논쟁성 자체를 학습의 기회”로 삼도록 했다. 교사가 이 원칙에 따라 수행한 교육은 민형사 책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담았다.
그러나 교원단체는 ‘혐오·차별’(11조)과 ‘논쟁적인 사안’(12조2항)을 가르는 기준이 없어 이의가 제기될 경우 교사를 보호할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찬반이 나뉘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논쟁적 사안인지, 명확히 해야 할 사안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국교위에 보낸 검토 의견에서 “5·18 관련, 특정 소수자에 대한 발언을 어떤 학교에서는 명확한 사안으로, 다른 학교에서는 논쟁적 사안으로 서로 다르게 판정한다면 ‘정파적 시비’가 재생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교사노조도 이날 보낸 검토 의견에서 “교사에게 시의성 있는 공적 사안을 가르치라고 하면서도, ‘논쟁적 사안’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라고 해 정치적 편향 민원에서 교사를 보호할 장치는 선언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국교위는 오는 23일 부산에서 학생·학부모·교원 등 국민참여위원회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여는 등 국민 의견을 수렴해 향후 열릴 전체회의에서 기본원칙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기본원칙이 확정되면 교육부는 이 원칙에 따라 민주시민교육 시행을 위한 세부 정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