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으로 주식 샀다 2억 날려…"주식 안하길 잘했다" 조모 확산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증시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4.33포인트(p)(4.46%) 하락한 6516.27로 거래를 마쳤다. /사진=뉴스1

최근 증시 급락이 연일 계속됨에 따라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고 있다.

결혼 자금, 다음 달 월세, 집 보증금 등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사연도 속속 나온다. 부산에서는 주식 투자를 권했던 유튜버가 손실을 본 구독자에게 흉기 습격을 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나만 하이닉스 주식 없다" 했던 박탈감이 "하이닉스 안 사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중도금, 결혼자금 투자해 다 날려…투자 유튜버 피습 당하기도

최근 부동산 재태크 유튜브 '부읽남TV'에서는 집 중도금으로 주식을 했다가 2억원을 날렸다는 40대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사진=부읽남TV 캡처최근 부동산 재태크 유튜브 '부읽남TV'에서는 집 중도금으로 주식을 했다가 2억원을 날렸다는 40대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이 여성은 서울 광진구의 구축 아파트를 신고가에 매수했다. 너무 비싸게 산 건 아닐까 잠을 설치던 그는 중도금을 주식에 투자해 자산을 불려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최근 큰 하락을 세 번 맞으면서 2억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봤다.

이 여성은 "처음에는 주식 일부와 대출로 살 수 있는 집이었는데, 지금은 주식에 퇴직연금, 개인연금까지 끌어 쓰고 주택담보대출도 한도인 6억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자금을 날린 사례도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결혼을 하기로 한 남자친구가 신혼집 가계약금을 내야 하는 시점에 3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해 총 2억원가량을 잃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연말 결혼을 앞두고 무리해서 결혼 자금을 불려보려던 시도가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자산을 불려 집을 사려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1억원의 빚만 남았다는 30대 여성의 사연도 전해졌다. 1억2000만원을 투자해 2억2000만원까지 불렸지만, 최근 하락장에 2000만원만 남았다는 이 여성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돈에 대한 콤플렉스가 컸다. 지방이라 작은 아파트 하나 사는 게 목표였는데 슬프다'고 한탄했다.

투자 실패에 따른 분노가 극단적으로 폭발한 사례도 있다. 지난 13일 오전 부산 남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40대 남성 유튜버가 흉기 피습을 당했다. 가해자인 20대 남성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유튜버의 얼굴과 신체 등을 여러 차례 찌른 혐의를 받는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로, 피해자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유튜버가 최근 "SK하이닉스 주식이 400만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한 주식 투자 유튜버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그때 안 산 게 신의 한 수" 포모 대신 조모 확산

/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상황이 이렇자, 증시 급등기였던 올 상반기 '포모증후군(FOMO·놓칠까 두려워하는 심리)'에 시달렸던 비투자자들은 되레 "주식 안 해서 다행이다"라며 안도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수익 인증글이 잇따라 올라오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주식 어플 지우는 사람이 승자다" "올 초에 주식 정리한 사람이 위너" "주식 안 하는 사람들이 잠재적 부자" "그때 안 들어간 게 신의 한 수"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회를 놓친 게 아니라 위험을 피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생겼다.

사회 분위기도 '포모' 대신 '조모(JOMO·놓치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로 변화하는 추세다. '조모'는 장기 투자에서 충동적인 의사결정을 줄이는 마음가짐을 설명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모든 상승을 다 잡으려 하기보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회는 기꺼이 보내고, 원칙에 맞는 기회만 기다리는 태도를 의미한다.

실제 해외 연구는 '포모를 줄이고 조모를 높이면 정신적 웰빙과 삶의 만족도가 향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모가 사회적 비교를 줄이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과 긍정적인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법무법인 강산 김은유 변호사도 최근 자신의 SNS 계정에서 "포모에 빠진 투자자는 계속 종목을 바꾸다 큰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모를 가진 투자자는 자신이 충분히 공부한 기업을 믿고 기다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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