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 재정적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그 빚을 받아주는 역할을 하던 미국 국채 시장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장기 투자한 대형 은행의 투자 비중이 줄고, 단기·차입(레버리지) 투자 성향 자금의 국채 투자가 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고음은 물밑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선 대형 투자자가 주로 매입하는 장기물의 매력이 감소했습니다.
국채 수익률은 장기물일수록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WSJ은 “30년 만기 국채의 가파른 수익률 상승(가격 하락)은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와 물가 상승 가능성 등에 따라 채권 매입을 경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국채 입찰에 참여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프라이머리 딜러(대형 은행·증권사) 비중이 줄어드는 점도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JP모건에 따르면 2010년 프라이머리 딜러의 국채 매입 비중은 만기별로 40~50% 수준인데, 올해 들어선 이 비율이 10~15%로 떨어졌습니다. 프라이머리 딜러를 포함해 해외 중앙은행, 연기금 등 국채 장기 투자자 비중은 2007년 75%에서 올해 들어 52%로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채우는 건 ‘단기 투자’ 성향의 헤지펀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신용을 믿고 국채를 사는 장기 투자자와 성격이 다릅니다. 현물 국채와 선물 간 가격 차이를 노린 차익 거래를 일반적으로 합니다.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를 이어가며 ‘수익 통화’로 변신한 달러도 채권 시장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블룸버그는 “월가 투자자는 달러 강세에 베팅하면서도 물가와 금리 변화에 민감한 미국 장기 국채 비중을 낮추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며 “정부 빚을 안정적으로 받아줄 자금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위험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WSJ는 “재정적자 확대, 취약한 시장 구조, 단기채 의존이 겹치면서 작은 충격도 큰 국채 시장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