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통화서 자유교환 통화로…잠재성장률 높일 정책 전환"
인프라·제도 개선하고 원화 수요 확충…복합 리스크 관리

[연합뉴스TV 제공]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송정은 기자 = 앞으로 외국인이 현지에 있는 자국 주요 은행에서 원화계좌를 튼 뒤 다른 외국인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19일 외국인이 해외에서 원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외국인의 원화 거래 편의성을 높여 원화 자산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외환위기 예방을 넘어서 원화 국제화에 따른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트는 것이다.
주식 시장 규모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고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된 상황에서 더는 원화 국제화를 미룰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이 있었다.
◇ 역외원화결제망 내년 가동…각종 사전신고 규제 완화
'원화 국제화'는 원화를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통화로 전환하는 작업이 목표다. 외국인이 역외에서 원화를 조달·활용하는 데 제약이 없는 상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에 이어 '역외원화결제기관'을 이용하는 외국인 사이의 거래를 제한 없이 허용한다.
쉽게 말하면 한국인이 국내 은행에서 달러계좌를 튼 뒤 한국인끼리 달러를 송금하듯 거래가 자유화된다는 의미다.
이 외국인간 원화 거래의 최종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은행에 '역외원화결제망'을 신규 구축해 내년 1월부터 24시간 가동한다.
재정경제부 이형렬 국제금융국장은 지난 16일 사전브리핑에서 "앞으로 미국에서 미국인이 뉴욕 미국 은행에서 원화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라며 "역외원화결제기관이란 뉴욕에 있는 미국 은행을 말하는 것으로, 인가제가 아닌 등록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외국인이 원화 주식이나 국채에 투자하고 싶으면 자신들의 낮 시간, 한국의 밤 시간에 환전을 할 수 없다"며 "이런 제한을 없애는 것이 원화 국제화의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야간 역외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외국 금융기관이 일시차입을 통해 결제 등에 필요한 원화를 제한 없이 조달할 규정을 마련한다.
여기에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2단계 방안까지 검토한다.
외국인의 외환거래 규제도 완화한다.
외국인 대상 원화자금 대출 등 자본거래 때 사전 신고기준 금액을 2배 이상 상향한다.
은행이 역내계정에서 역외계정으로 이체할 수 있는 자율한도 상향도 검토한다.
현행 사전신고 유형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사후보고 중심 체계로 단계적 전환을 검토한다.
디지털 자산 결제 인프라도 마련한다.
원화 표시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유통·거래 근거를 마련하고, 한은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연계한 국채 토큰화 실증 시범사업도 내년 추진한다. 디지털 국경간 지급결제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프로젝트 아고라'에 정식멤버로 참여한다.

[박은주 제작] 일러스트
◇ 외국인 코스피·한국 채권 투자 손쉽게…제도 개선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등 한국 주식이나 채권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계속한다.
현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자본분야 과제 25개 중 22개를 완료했다.
나머지 증권거래·결제 자동화 인프라 구축, 투자자 등록 개선, 영문공시 확대 등도 올해 하반기나 내년 완료한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원활한 원화 증권 결제를 위해 오는 9월 차입제한 완화 방안도 마련한다.
담보목적 대차거래 활성화 등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 채권의 활용도도 높인다.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보유한 원화를 단기상품에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한다.
외국 중앙은행이나 국제금융기구, 정부 등이 국내 채권투자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국내 기업이 무역대금 결제에 원화를 활용할 때 금리를 우대하고, 무역보험 한도 우대도 적용하는 등 원화 경상거래 유인을 높인다.
주요 교역국과 자국 통화로 수출입대금을 지급하는 현지통화 직거래 체계(LCT) 구축을 추진한다. 2024년 인도네시아와 직거래 체계를 출범했는데, 잠재적으로 수요가 큰 국가로 확대를 검토한다.
한국은행이 다른 국가 중앙은행에 통화 스와프 자금을 통해 원화를 공급하는 방식의 무역금융을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확산한다.
국내 은행의 커스터디업(외국인 금융자산 관리 등)을 제도화한다. 선도은행 지정과 인센티브를 통해 외국인에 대한 원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

[촬영 이충원]
◇ 공공부문 '제2 외환보유액' 활용…건전성 재설계
정부는 외환시장 안전판을 다층적으로 수립해 관리한다.
공공부문의 외화자산을 유사시 외화 유동성 공급수단으로 쓰는 '제2의 외환보유액'으로 활용한다.
궁극적으로는 외환건전성 관리체계를 역외 원화시장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국내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재정·통화·금융감독·거시건전성 등 거시경제 정책 간 유기적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
이형렬 국제금융국장은 "그동안 외환정책은 국제화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잠재 혜택을 포기하면서 외환위기를 예방하는 것이 전제였다"며 "원화 국제화는 포기했던 경제적 혜택을 모두 다 누리겠다는 정책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외국인이 주저함 없이 원화를 보유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만들어 원화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이 정책 전환은 잠재 성장률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외환 정책이 전환된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제 편의성 제고가 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엔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주식 시장은 세계 6∼7위 규모에 WGBI 편입도 됐다"며 "더 이상 원화 국제화를 미룰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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