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과 동료들의 '환상 호흡'…브람스와 함께한 여름밤

롯데콘서트홀 체임버 콘서트…조성진이 기획 참여·음악가 선정

다이신 가시모토·벤젤 푹스 등과 한무대…완주 후 '어깨동무'

조성진 인 하우스 아티스트 체임버 콘서트
[롯데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피아노가 의미심장하게 소리를 줄여 선창하자 세 개의 현악기 활도 숨을 죽인 듯 조그마한 음으로 화답했다. 단출하게 모여 앉은 연주자들이 군무를 추는 듯 몰아치는 음의 완급과 세기를 기민하게 조절했다.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성진의 체임버 콘서트는 "가깝고 편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연"이라는 그의 예고대로 연주자 간 음악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호흡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조성진은 이날 공연 기획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무대를 꾸밀 음악 동료들을 직접 초대했다.

롯데콘서트홀 개관 10주년을 맞아 공연장의 상주 음악가인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롯데콘서트홀은 상주 음악가들이 일반적인 공연보다 더 다양한 무대를 시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조성진이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한 적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다이신 가시모토, 클라리넷 수석 벤젤 푹스, 호른 수석 슈테판 도어,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필 종신 단원이 된 비올리스트 박경민이 조성진이 꼽은 '정예 멤버'로 합류했다.

여기에 최근 세계 유수 악단과 협연하며 주목받은 오스트리아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도 참여했다.

조성진은 공연 전 롯데콘서트홀을 통해 공개한 인터뷰에서 "이번에 함께하는 연주자들은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가깝고 편안한 교류를 유지하는 분들"이라며 "함께하는 음악가를 선정할 때는 서로 간의 호흡과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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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소개처럼 이날의 콘서트는 개성 강한 정상급 연주자들의 '케미(호흡)'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첫 순서로 솔타니, 푹스와 선보인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에서는 브람스 특유의 우아한 선율이 두드러졌다. 세 악기는 어느 악기 하나 모나게 튀지 않게 물 흐르는 듯한 유려한 느낌으로 음을 맞췄다. '알레그로(빠르게)'로 진행되는 악장에서도 깔끔하고 가벼운 호흡에, 긴장감보다는 경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호른 삼중주'는 브람스가 남긴 다양한 실내악곡 중 유일하게 호른이 편성된 곡이며 생소한 조합으로도 유명하다. 이 곡을 작곡하던 중 어머니를 잃은 브람스는 슬픔과 어머니와 함께 보낸 유년기의 아련함을 작품에 담았다.

이러한 음악적 배경에 맞춰 슈테판 도어의 호른은 웅장함보다는 포근하면서 목가적인 느낌을 잘 살려냈다. 특히 어머니를 애도하는 듯한 3악장 '아다지오 메스토(느리고 슬프게)'에서 호른의 저음역대 연주는 묵직한 애절함을 표현했으며, 비교적 높은 음을 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사이에서 풍성한 울림을 줬다.

조성진 인 하우스 아티스트 체임버 콘서트
[롯데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성진, 가시모토, 박경민, 솔타니가 함께한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1번'은 네 명의 연주자가 40여분 간의 호흡을 자랑한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앞선 곡들보다 더 극적인 느낌의 곡으로, 특히 4악장 '집시풍의 론도: 프레스토(아주 빠르게)'는 춤곡을 연상시키는 격정적 곡이자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무아지경인 듯한 빠르고 힘 있는 음의 진행 속에 민첩하게 호흡을 맞춘 네 사람은 흡입력 있는 연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어느 한 악기가 내달린다기보다는 속도를 맞춰 질주한다는 인상이었다.

조성진과 솔타니는 틈틈이 다른 연주자들을 시선을 맞추며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호흡을 맞추려 노력했다. 악보도 들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박경민은 오롯이 네 명의 연주 흐름에 몰입하며 4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했다.

격정적인 연주를 마무리한 연주자들이 일제히 활을 치켜들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격려하듯이 서로의 어깨를 감싸고 함께 한 완주를 치하한 이들은 마지막 곡과는 대조되는, 감미롭고 사랑스러운 슈만의 피아노 4중주 중 3악장을 앙코르로 선보였다.

조성진은 한 차례 더 인 하우스 아티스트 공연을 통해 본인의 음악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공연은 오는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로 진행되며, 조성진은 그간 자주 선보이지 않았던 바흐와 쇤베르크의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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