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명태균 '합의' 인정…"공천 영향력 행사한 이유 중 하나"
특검 "국민 법감정 부합하는 판결"…尹 "사법부 미래 걱정"

(서울=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천396만여원을 선고했다. 2026.7.13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이승연 기자 =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범으로 별도 기소된 김건희 여사는 앞서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사건을 두고 재판부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천396만여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명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온 명씨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날 법정에서 구속됐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3천720만원을, 명씨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2021년 6월∼2022년 3월 명씨로부터 총 2억7천만여원 상당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혐의사실 중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결과를 직접 전달한 여론조사 14회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여론조사 비용만큼의 정치자금을 정씨가 부부에게 기부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부부가 얻은 재산상 이익은 2천792만여원으로 산정됐다.
재판부는 "명태균은 윤석열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그 결과를 부부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를 기초로 한 판세 분석과 선거전략 수립 등 대선 전반에 관한 정치적 조언과 상담을 함께 제공하기로 김건희와 합의했다"며 "윤석열은 김건희로부터 합의 내용을 전달받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짚었다.
이에 김 여사를 윤 전 대통령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며 "부부와 명씨 사이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관한 순차적·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유죄로 인정되지 않은 여론조사 44회에 대해선 명씨가 직접 전달하지 않아 부부와의 '합의'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정치 브로커 명태균으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결과가 나오는 13일 명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7.13 pdj6635@yna.co.kr
재판부는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이 이후 명씨 요청에 따라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위해 윤상현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여론조사를 무상 수수한 점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명씨가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을 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먼저 의뢰하거나 대가를 약속한 적은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자신의 여론조사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을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제공했다면 1∼2회에 그쳤어야 한다"며 "제공 횟수, 기간, 부부와 명씨의 관계를 고려할 때 어떠한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무상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부부와 명씨 사이 별도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명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부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했으며, 부부를 만나기 전 이미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당사자들 사이 여론조사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윤석열은 여론조사의 구체적 사항에 관해 명태균에게 일임한 것으로 보인다"며 "명태균은 당시 스스로 판단에 따라 조사 시가와 방식 등을 택했기 때문에 일일이 윤석열 부부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아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양형 이유를 밝히며 "명태균으로부터 여론조사를 받은 경위, 그로 인해 발생한 효과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정치 불신을 키워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대한 국민 기대를 저해하고, 바른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열망까지 무너뜨리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질책했다.
이어 "그럼에도 수사기관에서 '명태균이 여론조사를 하는 줄 몰랐다' 등 객관적인 증거와 배치된 주장을 하고, 법원에서도 특검팀의 신문에 대해 '증거가 있나요? 증거 내세요'라고 되물으며 그에 따라 진술할 내용을 결정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씨에 대해선 "피고인의 범행은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정치자금법의 취지를 훼손한다"며 "그런데도 법정에서 납득 어려운 주장을 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질책했다.

이번 판결은 김건희 여사가 같은 혐의로 별도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정면 배치된다.
김 여사 사건을 담당한 1·2심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여론조사를 제공했기 때문에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만큼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명씨가 부부로부터 의뢰받거나 이들과 협의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게 아니라는 점도 무죄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비롯한 김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상고심 선고는 오는 16일 이뤄진다.
이날 선고 후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김 여사 사건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는데, 사실관계가 완전히 같은 사건을 두고 일부 유죄가 나온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항소해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선고 후 변호인단에 "나는 괜찮은데 우리 사법부 미래가 걱정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했다.
특검팀 측은 "이 사건에 대해 비로소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는 판결이 선고돼 매우 의미 있다"며 "같은 공소사실 사건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 많은 우려를 했던 게 사실인데, 재판부에서 여러 주장과 증거를 세심하게 살펴 현명한 판단을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정치 브로커 명태균으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결과가 나오는 13일 윤 전 대통령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2026.7.13 pdj6635@yna.co.kr
이날 판결로 윤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8개 가운데 5개가 1심 선고를 마치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우두머리 사건과 평양 무인기 사건은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체포 방해 혐의에 대해선 지난 9일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오는 27일에는 제20대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밖에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사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해외 도피 의혹 사건은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이날 재판부가 명씨의 여론조사 무상공여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오는 22일 예정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선고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세훈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시켰다는 혐의로, 윤 전 대통령 부부 사건과 핵심 쟁점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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