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라지 '의원직 사퇴' 승부수에…영국 주요 정당들 "정치쇼"

정치자금 미신고 의혹 패라지 "복권 당첨 같은 선물"

"보궐선거로 판단 받겠다" vs "의회 조사부터 제대로 받아야"

패라지 대표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거액의 정치자금 미신고 의혹을 받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 하원의원 사퇴와 보궐선거 재출마 승부수를 띄우자 주요 정당이 '정치쇼'라며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8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집권 노동당부터 제1야당 보수당, 원내 제3당 자유민주당, 좌파 녹색당, 극우 영국복원당까지 패라지 대표를 비판하며 클랙턴 선거구 보궐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이베트 쿠퍼 외무장관은 "패라지가 벌이는 정치적 곡예에 아무도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패라지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칙을 피해 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는 "패라지가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가짜 선거"라며 불참을 선언했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는 의회 윤리감사관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부가 패라지 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막아야 한다면서 "그의 지역구 주민들이 투표하기 전에 모든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패라지 대표와 갈등 끝에 영국개혁당을 탈당한 루퍼트 로 하원의원의 신생 정당 영국복원당은 이번 보궐선거엔 후보를 내지 않고, 의회 조사 결과로 다음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그때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카운트 빈페이스'(깡통 백작)란 이름으로 주목받는 선거에 출마해온 코미디언 존 하비는 이번 선거에도 출마할 계획이다.

패라지 대표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반(反)유럽통합, 반이민을 외치며 브렉시트 진영의 선봉에 섰던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우익 성향 영국개혁당은 2년째 정당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며 지방선거에서도 2년 연속 승리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패라지 대표는 전날 기득권 세력이 영국개혁당을 표적으로 삼아 기부금과 관련된 음모를 꾸민 것이지 본인 잘못은 일절 없다고 주장하며, 지역 주민만 자신을 심판할 수 있다는 취지로 사퇴를 선언했다.

패라지 대표는 2024년 7월 총선 직전 태국에 기반을 둔 영국 암호화폐 억만장자 투자자 크리스토퍼 하본으로부터 500만 파운드(약 101억원)를 받고도 의회에 이를 신고하지 않아 의회 윤리감사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더타임스의 주말판 선데이타임스는 지난 4일 패라지 대표와 오랜 친분이 있는 영국 자산가 조지 코트렐이 총선 전에 패라지 대표의 경호 및 소셜미디어(SNS) 콘텐츠 인건비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코트렐은 2017년 미국에서 전자통신 사기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인물이다.

패라지 대표는 사퇴 선언 영상에서 자신이 받은 자금은 "복권 당첨에 해당한다"며 "조건 없는 선물"이었다고 주장했다.

의회 규정상 당선 1년 이내에 받은 의정 및 정치 관련 금품은 의회에 신고해야 하는데 '완전히 개인적인' 선물은 면제된다.

패라지 대표는 "나는 이 시대에 신체적, 언어적 공격을 가장 많이 당한 공인"이라며 선물 받은 돈을 개인 경호 비용에 써왔다고도 주장했다.

리처드 타이스 부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일간 텔레그래프는 리처드 타이스 영국개혁당 부대표 소유의 타이선인베스트먼트가 2024년 말 코트렐로부터 8만파운드(1억6천만원)를 대출받았다가 상환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타이스 부대표의 싱크탱크는 코트렐의 어머니 피오나로부터 2024년 6월 100만 파운드(약 20억원) 기부금을 받았는데 의회에는 50만 파운드만 신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같은 자금 흐름은 국가범죄청(NCA)의 의심스러운 활동 신고(SAR) 제도에 포착됐다.

보도 직후 타이스 부대표는 NCA가 자신의 개인 정보를 언론에 유출했는지 조사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NCA에 보냈다고 BBC는 전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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