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큰 기대 말라” “임대인이 전월세 깎아줘라”? 저출산위 부위원장 ‘부적절’ 발언

김진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인구전략위원회로 확대·개편하고 언론사와 갖는 첫 기자간담회에서 새로 임명된 부위원장이 구체적 정책과 목표 대신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는 등 ‘불안한 위원회’를 예고했다.

저고위는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4월 취임한 김진오 부위원장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구전략위 개편과 앞으로 활동 방향을 설명했다. 저고위는 지난 5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서 전면 개정한 인구전략기본법에 따라 인구전략위로 개편돼 오는 9월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인구전략위는 예산사전협의제도를 도입해 각 부처 인구 관련 예산사업의 투자 방향과 우선순위를 조율하고, 각 부처에 인구정책 조율 창구로 인구정책책임관을 지정할 계획이다. 인구정책 관련 분야별 전문위원회와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인구전략추진본부도 꾸려진다. 저고위는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올해 중으로 발표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새롭게 제시된 제도나 구체 정책은 없었다. 인구전략위 확대·개편, 예산사전협의제도, 인구정책책임관 지정 등은 이미 법 개정 당시 공개된 내용이다. 부위원장 취임 석 달, 인구전략기본법 개정안 의결 이후 두 달여가 지났지만 인구위기에 대응할 범정부 콘트롤타워로서 어떤 목표와 기준으로 각 부처 정책을 조율하고 방향성을 제시할지는 뚜렷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오히려 김 부위원장은 핵심 현안에 대해 국가 차원의 구체적 정책 대안보다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공동체 역할을 강조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놨다. 그는 출산축하금 제도를 도입하고 싶다며 “언제까지 국가의 비용으로 모든 걸 해결하냐. 세수가 넉넉할 때도 있지만 부족하면 돌봄 복지 비용은 펑크가 날 수밖에 없다”며 “부영그룹의 사례처럼 기업들이 전면에 서고 돈 있는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 대책을 묻는 질문에도 “아이를 데리고 전·월세를 산다고 하면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임대를 주신 분이 공동체 정신에 따라서 좀 깎아주면 안 될까”라며 “언제부턴가 전부 정부나 지자체에 요구한다. 세수가 많아지지만 이게 몇 년이나 가겠냐. 공동체가 유지되는 것은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5년간 정부의 중장기 인구 정책 지침이 될 국가인구전략기본계획에 대해서도 인구전략위 출범 뒤 내놓을 종합 계획의 무게에 걸맞은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기본계획에 대해 “올해 중 발표할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말라.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기본계획에 담길 내용 또한 제한적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회보장제도 변화가 기본계획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 민감해 구체적인 안을 기본계획에 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구전략기본계획이 “경제·사회 시스템 재설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 구조 개선을 포괄하는 종합적 인구 전략”이라면서도 정작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회보장제도 개편 방향 등은 제시하지 않고 원론적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뜻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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