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쿠바에서 올해 세번째 전국 규모 대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미국과 쿠바가 대쿠바 봉쇄 책임을 놓고 유엔에서 충돌했다.
7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이날 오후까지 쿠바 15개 주 가운데 10개 주가 전력망에 다시 연결됐다. 다만, 미국의 석유 봉쇄 영향으로 발전량이 여전히 낮아 주민 수백만명이 아직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쿠바 제2의 도시 산티아고데쿠바도 여전히 정전 상태다.
쿠바 당국은 이번 대정전이 전압 불안정과 낮은 발전량 때문이라고 밝혔다. 쿠바 정부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전국적으로 강도 높은 순환 정전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쿠바에선 이번 정전까지 전국 단위 정전이 모두 3차례 발생했다. 수도 아바나 일부 지역에서는 한번에 30시간 이상,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70시간 넘는 정전이 이어지고 있다.
쿠바는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정부가 쿠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원유 공급을 제한해 상황이 더 악화됐다.
쿠바는 이날 유엔 총회에서 미국의 대쿠바 봉쇄를 “무자비한” 조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부 장관은 “미국 정부의 거의 70년간 다치원적이고 비재래적인 전쟁을 벌여 왔으며, 지난 7개월 동안 그 정도가 더 잔혹하고 가혹해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제재가 쿠바 국민에 대한 “집단적 처벌”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무자비한 범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유엔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의 봉쇄로 쿠바 내 경제적 피해가 사상 최대인 8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미국의 연료 봉쇄에 따른 영향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이에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미국의 봉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쿠바에 존재하는 유일한 봉쇄는 쿠바 정권이 자국민의 머리 위에 들이대고 있는 단두대뿐”이라고 반박했다.
유엔 총회는 1992년 이후 매년 미국의 쿠바 봉쇄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해 왔다. 지난해 10월 표결에서는 찬성 165개국, 반대 7개국, 기권 12개국으로 예년보다 지지세가 다소 약화했다. 이어 이번 총회 토론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이날 표결에서도 찬성 136개국, 반대 9개국, 기권 30개국이 나와 쿠바 지지세가 약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날 표결에서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은 대부분 쿠바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지만 , 독일과 캐나다 등 전통적인 지지국들은 전과 달리 기권표를 던졌다 . 일부 국가 대표자들은 미국의 대쿠바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쿠바 정부의 책임 역시 지적했다. 스타브로스 람브리니디스 주유럽연합(EU) 유엔대사는 “쿠바 국민이 처한 심각한 상황은 봉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서방의 일방적 제재나 군사 개입 등을 비판하며 유엔헌장과 국가 주권을 수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유엔헌장 수호국 그룹’을 대표해 발언한 에리트레아 대표는 “쿠바 내정에 개입할 명분을 조작하려는 어떤 것도 경계한다”며 “(미국의 대쿠바 제재는) 부당하고 남용적인 봉쇄다. 봉쇄가 지속되는 한 유엔의 도덕적 권위도 함께 훼손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그룹에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벨라루스, 베네수엘라, 쿠바 등이 포함돼 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 전체가 “쿠바의 인도주의 상황을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화와 협력, 국제법 존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 미국의 대쿠바 금수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며 유엔총회의 오랜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