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파산 갈림길에 선 가운데, 채권단 메리츠금융그룹과 대주주 엠비케이(MBK)파트너스가 자산 가치와 지원 규모를 각자에게 유리하게 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책임 소재와 손실 부담을 둘러싼 공방을 염두에 두고 저마다 유리한 논리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는 8일 현재 담보로 잡고 있는 홈플러스 점포 62개의 부동산 자산 가치를 1조5천억~1조6천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부동산 감정가는 4조3천억원이었다. 2년 사이 같은 자산의 가치가 약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메리츠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현재 부동산 시장의 낮은 유동성을 고려해 판단한 결과, 담보 평가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메리츠가 이처럼 부지 가치를 보수적으로 축소 산정한 배경에는 향후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신들의 선순위 채권(약 1조5천억원)을 회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판 여론을 피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자산 가치를 채권액 수준으로 낮게 묶어둬야, 추후 원리금 전액을 회수하더라도 ‘담보 범위 내에서만 정당하게 회수했다’는 명분을 확보해 헐값 매각 등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담보가치가 4조원으로 인정된 상태에서 실제 매각이 1조5천억원 수준에 그친다면, “4조원짜리 자산을 헐값에 처분해 자기 채권만 챙기고 나머지 이해관계자 몫 2조5천억원을 증발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숫자 계산법’ 논란은 메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주주인 엠비케이 역시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지원 규모를 놓고 비슷한 방식의 셈법 논란에 휩싸여 있다. 엠비케이는 앞서 회생 개시 이후 홈플러스에 출연하거나 보증한 자금이 총 4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지만, 홈플러스에 직접 유입된 ‘신규 현금’과 채무를 대신 짊어지는 ‘보증·대위변제 금액’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엠비케이가 밝힌 4천억원은 현금 1400억원, 대위변제 600억원, 상환 부담을 떠안은 연대보증·자금보충약정 2천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소상공인 미지급금 변제, 노동자 체불임금 해소 등의 목적으로 홈플러스에 직접 유입된 현금은 김병주 회장의 현금 출연(400억원)과 엠비케이 경영진이 조달한 긴급운영자금(1천억원) 등 1400억원 규모다.
엠비케이는 대위변제 600억원을 두고서도 구상권을 포기한 만큼 실질적인 현금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회사로 유입된 ‘신규 운영 자금’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당장 회생에 필요한 유동성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나머지 2천억원을 놓고도 보증 성격에 가깝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엠비케이가 이처럼 보증과 약정 금액까지 모두 포함해 지원 규모를 4천억원으로 강조하는 것은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경영 부실 비판을 방어하는 동시에 향후 절차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