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지난 6일 잠수함에서 시험발사한 핵탄두 탑재 가능 전략미사일(SLBM)이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 주변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자 인근 국가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지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들이 마구잡이식 핵무기 실험장으로 이용됐던 곳으로, 관련국들은 이 지역을 ‘비핵지대’로 설정한 상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중국 해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에 떨어지며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드러냈다”며 “태평양 국가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슈 웨일 솔로몬제도 총리는 전날 “중국은 솔로몬제도에 좋은 친구이지만, 친구라면 이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실험이 태평양 섬나라들의 안보 협력 강화 필요성을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 뉴질랜드 총리도 각각 “중국의 도발적 행동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사전 통보는 있었으나 협의는 없었고, 이런 행동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공동 행동에도 나설 채비다. 아에프페(AFP) 통신 보도를 보면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이날 브리즈번에서 파푸아뉴기니, 통가, 사모아 정상들과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18개 회원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중국을 규탄하는 내용의 공동성명 초안을 회람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은 태평양 섬나라인 미크로네시아연방, 나우루, 키리바시 등의 상공을 통과한 뒤 또 다른 섬나라 투발루의 배타적경제수역 부근에 떨어졌다. 이 미사일은 중국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 이상 ‘쥐랑(JL)-3’으로 추정된다. 이번 미사일 발사 추정 지역인 서태평양 해역에서 투발루까지 거리는 8천㎞에 이른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비롯해 투발루, 사모아, 피지, 솔로몬제도 등 13개 나라는 1985년 이 주변 지역에서 핵무기 보유·배치·획득·실험·방사성 폐기물 해양 투기 등을 금지하는 ‘라로통가 조약’을 체결했다. 2차 대전 직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초강대국들이 이곳 해역에서 핵무기 실험을 이어가자 ‘비핵지대’로 선포한 것이다. 미국은 1954년 비키니섬 부근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크리스마스섬(1957년), 무루로아 환초(1966년)에서 핵실험을 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 1987~1988년 라로통가 조약 제 2·3 의정서에 서명하고 비준했다. 두 의정서는 핵 보유국이 조약 당사국을 상대로 핵폭발 장치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으며 해당 비핵지대에서 핵 실험을 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번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핵무기와 직접 관련이 없어 이번 조약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중국이 1987년 라로통가 조약 일부 의정서에 서명했지만, 이 조약이 (핵과 관련없는) 미사일 시험 발사까지 규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미국, 일본은 중국의 핵전력 증강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내어 “미국이 핵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급속하고 불투명한 핵무기 증강은 지역과 세계에 큰 우려를 안겼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을 겸하는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투명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전력을 빠르게 증강하는 것은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본은 이번 일을 ‘안보 3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비핵 3원칙’(핵을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을 손질해야 하는 이유의 하나로 들기도 했다. 기하라 장관은 “일본 정부는 중국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분석하는 데 힘쓰면서 (중국의 군사 활동에 대한) 경계에도 전력을 다하겠다”며 “더욱 엄중해지는 안보 환경을 감안해 ‘안보 3문서’ 개정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감 있게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