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대선 출마길 연 르펜, 전자발찌도 피하려 ‘상고’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대선 후보가 7일 밤 테에프앙(TF1) 방송 대담에서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공금횡령 사건 항소심에서 내년 대선 후보 자격을 지킨 프랑스 극우 인사 마린 르펜이 대법원 상고를 선언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명령한 전자발찌 부착을 최종심 판결 때까지 피하기 위해서다.

7일(현지시각) 저녁 테에프앙(TF1) 방송 대담에 출연한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하원의원은 이날 파리 항소법원의 판결로 “프랑스 국민에게 투표의 자유가 돌아가고, 나에게 피선거권이 돌아와 기뻤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대선) 후보가 못 될 시나리오는 더 이상 없다”며 내년 4월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2012, 2017, 2022년에 이어 그의 네번째 대선 도전이다.

르펜 의원을 비롯한 국민연합 전신 국민전선(FN) 당직자 25명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유럽의회 자금 430만유로(약 75억원)를 빼돌린 혐의(공금 횡령·사기 공모)로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3월 1심 법원은 르펜 의원을 주동자로 보고, 그에게 징역 4년(전자발찌 착용 상태로 2년 가택연금), 피선거권 박탈 5년, 벌금 10만유로(약 1억7천만원)를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45개월간 피선거권을 박탈하되, 이중 30개월은 집행을 유예하고 15개월만 실형을 선고했다. 이 15개월은 그가 1심 이후 이미 형을 치른 것으로 인정돼 내년 4월 대선 출마 길이 열렸다.

다만 재판부는 르펜 의원에게 징역 3년(집행유예 2년 포함)을 선고하면서, 1년 동안 전자발찌를 착용한 가택 연금을 명령했다. 가택 연금형을 받으면 집 밖 외출 시간이 제한되고, 위치가 실시간으로 사법 당국에 추적돼 정상적인 대선 유세가 어렵다. 르펜 의원은 전자발찌를 찬 채로는 대선 후보가 되지 않겠다고 항소심 이전부터 밝혀왔다.

프랑스 국민연합이 마린 르펜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만든 포스터. “마린을 지지해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써 있다. 국민연합 누리집 갈무리

그는 이를 피하기 위해 대법원 상고 카드를 꺼냈다. 상고하면 항소심이 선고한 형의 집행이 대법원 판결 때까지 정지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르펜 의원은 이날 대담에서 “내 손은 깨끗하고, 나는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파기원(프랑스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고는 (항소심) 판결의 효력을 정지시키기 때문에 나는 전자발찌 없이 선거운동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늦어도 내년 1월까지 최종심을 선고할 방침이다.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항소심에 법률상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판결 전부 또는 일부를 파기할 수 있다. 이 경우 르펜 의원은 파리 항소법원이 아닌 다른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며, 무죄 여부를 다시 다투게 된다. 재판 절차를 고려하면 새 공판은 내년 대선 전에 열리기 어렵다고 르몽드는 짚었다.

반대로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유죄 판결을 확정할 수 있다. 그러면 항소심이 선고한 가택 연금 등의 형 집행이 시작된다. 르펜 의원의 주소지인 이블린 지방법원이 전자발찌 부착 방식과 외출 가능 시간 등을 정해 4개월 안에 통보해야 한다. 대선이 열리는 내년 4월까지는 르펜 의원이 전자발찌를 차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만약 그가 대선에서 이겨 대통령에 오르면 형 집행은 중단되며, 대통령 임기 종료 뒤 다시 시작된다.

유죄가 확정되면 ‘도덕성 리스크’가 다시 생기지만, 르펜 의원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대담 진행자가 유죄가 확정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것은 프랑스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당신이 프랑스 국민이 결정을 내릴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게 우습다”고 되받았다. 어떤 경우든 대선 레이스를 완주해 투표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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