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8년부터 연결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기후 부문의 지속가능성(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다만 협력사 등 공급망의 실질적인 탄소배출 규모를 보여주는 ‘스코프 3’ 공시는 3년 뒤로 미뤄져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8일 오전 당정협의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한 위험과 기회가 경영 및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제도다. 이번 최종안은 이 가운데 국제적으로 공시 기준이 먼저 확립된 기후 분야를 의무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초안을 공개한 뒤 외부 의견을 수렴해 당정이 최종안을 마련했다.
최종안에 따르면 연결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2028년부터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 2029년에는 기준이 5조원 이상으로 낮아진다. 2조원 이상 기업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지는 2030년에 결정하기로 했다. 공시 대상 기업은 2028년 107곳, 2029년 157곳이며, 2조원 기준이 적용되면 259곳으로 늘어난다.

지난 2월 금융위가 제시한 ‘2028년 30조원 이상, 2029년 10조원 이상’ 기준보다 강화됐다. 김미정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기관투자자는 분산 투자를 위해 충분한 기업 정보가 필요하지만, 기준을 30조원 이상으로 정하면 대상이 57곳에 불과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시 방식도 강화했다. 당정은 거래소 공시를 일정 기간 운영한 뒤 법정공시로 전환하려던 초안과 달리, 2028년부터 지속가능성 정보를 법정공시인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에 곧바로 담도록 했다. 이를 위해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 거래소 의무공시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나 벌점 등 거래소 차원의 제재를 받지만, 법정공시는 허위 기재나 중요사항 누락 때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어 책임 수준이 더 무겁다.
법정공시를 곧바로 도입하는 대신 면책 장치를 마련한다. 시행 초기 3년 동안 고의적인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제외한 공시정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제재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미래 전망이나 추정치, 협력업체 등 통제하기 어려운 제3자에게 받은 정보는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작성했다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의 전체 탄소배출 규모를 가늠하는 핵심 정보인 스코프 3 공시는 초안대로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스코프 3은 원재료 조달과 운송, 제품 사용·폐기 등 생산·판매과정 전반에서 발생한 배출량을 뜻한다. 이에 따라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의 스코프 3 공시는 2031년부터 시작된다. 김 과장은 “중소 협력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3년 유예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스코프 3 공시가 3년간 유예되면서 지속가능성 공시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스코프 3은 기업 전체의 배출량과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위험을 판단하는 핵심 정보”라며 “면책 제도까지 마련한 만큼 스코프 3 적용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는 지난 4월 스코프 3 공시 유예 기간을 1년으로 줄여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