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강진] 실종자 5만명인데…구조 골든타임 72시간 임박(종합)

지진 발생 후 48∼72시간 '골든타임'…구급차·의료진도 부족

사장자 920명 집계됐지만 실종자 규모 커…맨손으로 잔해 파헤쳐 두딸 구해낸 아버지

베네수엘라 지진 생존자 수색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베네수엘라에 126년 만에 최악의 연쇄 강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26일(현지시간) 실종자 구조를 위한 '72시간 골든타임'이 끝나가고 있다.

정부 지원과 구조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지진 피해가 집중된 라과이라주(主) 주민들은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맨손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연쇄 강진에 따른 사망자는 이날까지 최소 920명으로 집계됐으며, 실종자는 5만1천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상당수가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지진 발생 사흘째를 맞으면서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지진 발생 후 첫 48∼72시간을 생존자 구조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간주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수분 공급 문제 등으로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부족한 탓에 현장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소방관이 손전등도 없이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야간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가족과 이웃을 구하려고 맨손으로 직접 잔해를 파헤치며 수색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일부 매몰자들은 극적으로 생환했다.

이날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 지역에서는 한 생존자가 6층짜리 건물이 무너진 잔해 속에서 무사히 구조됐다.

라과이라주 주민 조나단 가르시아는 아파트 붕괴 현장에 매몰된 16살, 22살 두 딸들을 구조하기 위해 홀로 사투를 벌였다.

그는 조그만 구멍 사이로 들려오는 딸들의 목소리를 따라 몇 시간 동안 잔해를 파헤친 끝에 겨우 이들을 구출해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을 돌볼 의료 환경은 대단히 열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베네수엘라 국립 의학 아카데미 전 원장인 후니아데스 우르비나-메디나 박사는 "병원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돌볼 방법이 없다"며 "의료용 가스, 진통제, 마취제나 항생제가 전혀 없다"고 CNN에 말했다.

가장 피해가 큰 라과이라주에서는 공립병원 3곳 중 2곳이 운영을 아예 중단했다.

그나마 운영 중인 병원에도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의료진이 정맥 주사용 식염수로 손을 씻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영리단체 베네수엘라 의사 연합 소속 하이메 로렌조 박사가 NYT에 전했다.

베네수엘라 수도권인 카라카스 광역권을 담당하는 공공 구급차도 단 세 대뿐이다. 지진 이후 라과이라 지역 환자의 약 90%는 경찰 픽업트럭 짐칸에 실려 이송된 것으로 추산됐다.

라과이라 일대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구조를 방해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현장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잔해 아래 생존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조용히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계속해서 경적을 울리고 엔진을 공회전시키며 소음을 유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처럼 극심한 혼잡으로 수색에 차질이 발생하자 당국은 라과이라주 진입 통제에 나섰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인명 구조 작업을 원활히 하고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라과이라 지역을 '군사화'하고 군 통제하에 두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앞으로는 공식 허가증을 보유한 사람만 라과이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인데, 구체적인 통행 허가 기준이나 대상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동시에 여진에 대한 공포가 이어지며 라과이라 일대는 사실상 거대한 대피소로 변모했다.

일부 주민들은 공항 인근 상점에서 화장지나 음식 등 생필품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한 약국 주차장은 방수포, 해먹, 텐트 등이 가득 들어찬 임시 대피소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은 겨우 손에 넣은 기저귀 한 팩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바닥에 몸을 던져 기저귀를 감싸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번 지진으로 최대 676만명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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