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자리 차지한 중계 화면…'축구 사랑' 유별난 이곳, 스크린만 700여 개

[촬영 오명언]
(과달라하라=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축구 팬이라면 경기 도중 화장실에 들렀다가 밖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에 귀를 쫑긋 세운 채 발을 동동 굴러본 적이 있을 법하다.
하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른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는 이런 걱정을 다소 덜 수 있다.
관중석 층 복도에 위치한 화장실들의 세면대 앞에는 흔히 볼 수 있는 거울이 있어야 할 자리에 텔레비전(TV) 중계 화면 2대가 나란히 걸려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프로축구 최다 우승 공동 2위(12회)에 빛나는 명문 구단 '치바스'(CD 과달라하라의 애칭)의 홈구장인 이곳은 4만 6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6만 6천여 석)보다도 작은 규모지만, 경기장 전역에 무려 700여 개의 스크린이 촘촘히 설치돼 있다.

[촬영 오명언]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스크린 최신화 작업을 거치긴 했으나, 2010년 개장 당시부터 곳곳에 스크린이 배치되도록 설계됐다.
"단 1초의 축구도 놓치게 할 수 없다"는 멕시코 특유의 유별난 축구 사랑이 경기장 밑그림부터 짙게 배어 있는 셈이다.
관중의 편의를 고려한 배려는 화장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매점 앞이나 관중석으로 향하는 출입 게이트 등 발길이 닿는 곳곳에 고개만 돌리면 경기를 볼 수 있는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하프타임 때 경기장 복도를 걷다 보면 TV에서 나오는 하이라이트 장면에 시선을 빼앗긴 매점 직원들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을 정도다.

[촬영 오명언]
한편, 편의성 외에 세면대 앞 거울을 없앤 데에는 다분히 실용적인 목적도 숨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안전 문제가 그중 하나다.
축구 열기가 유독 뜨거운 지역에서는 라이벌전이나 패배 후 흥분한 팬들에 의해 화장실 기물이 파손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때 산산조각 난 유리 거울은 자칫 심각한 부상을 유발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유럽의 일부 오래된 축구장에서는 훼손 타깃이 되기 쉬운 원정 팬 구역 화장실에 아예 거울을 두지 않기도 한다.
비교적 최근 지어진 경기장들 역시 깨지기 쉬운 일반 유리 대신 파손 방지용 스테인리스 금속판을 부착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추세다.
co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