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전했다고 할게" 친구 제안 응한 경찰,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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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동승자의 '운전자 바꿔치기' 제안에 응해 그의 허위 진술을 방조한 행위는 범인도피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범인도피방조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A(35)씨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전북경찰청 소속 교통경찰관이던 A씨는 2023년 5월 15일 오후 10시 45분께 전주시 완산구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097% 수준이었다.
A씨는 신호대기 중인 앞차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는데, 사고 직후 조수석에 탄 친구 B(35)씨가 "내가 (술을 안 마셨으니) 운전했다고 할게"라고 말하자 이에 응해 뒷좌석으로 이동한 다음 뒷문으로 내렸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별다른 의심 없이 운전석에서 내린 B씨를 상대로만 음주 여부를 측정한 뒤 단순 사고로 처리했다.
그러나 사고 차량 탑승자의 부상 정도와 경위 등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회사 직원이 "운전자 바꿔치기가 의심된다"고 신고하면서 범행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결국 해임된 채 법정에 섰고, 1·2심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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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심 쟁점은 '범인을 위해 타인이 허위로 자백해 범인도피죄를 범하는 것을 범인 스스로 방조하는 경우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한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할지였다.
대법원 판례상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방어권 범위 내에 있어 범인도피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범인이 타인에게 허위 자백을 시키거나 그를 용이하게 하는 방법으로 허위 범인을 수사기관에 내세우는 '범인 조작형 도피행위'는 방어권 남용으로 보고 범인도피교사·방조죄로 처벌해왔다.
대법관 8인의 다수의견은 이런 기존 판례 법리가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고 봤다.
다수의견은 "범인 조작형 도피행위는 허위 범인으로 인해 진범의 존재가 감춰지고 수사 방향 자체가 왜곡돼 진범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며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판례 유지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런 행위는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인간 본성의 발현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를 법적으로 용인하면 형사사법 작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매우 크며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도 어긋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흥구·오경미·서경환·권영준·박영재 대법관은 "범인도피죄 본범의 허위 자백 또는 진술을 범인 스스로 방조한 경우 범인도피방조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판례 법리를 변경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형법상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비호하는 '범인도피죄 본범'의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일 뿐 스스로 도피행위를 한 범인을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므로, 기본적으로 본범을 범인도피죄의 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범인도피 '교사'와 '방조'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인도피교사 행위는 타인을 타락시켜 새로운 범죄자를 창출하는 것인 반면, 범인도피방조는 자기방어를 위한 인간의 본성에 따른 자기도피행위의 연장선에 있는 행위란 취지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교사와 방조를 구분해 방조에 대해서만 방어권 남용 법리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최초 가담 형태에만 주목해 교사와 방조를 구분하면, 범인이 이를 악용해 결국 범인도피교사 행위까지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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