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샌프란시스코 '부자 증세' 부결…기업 이탈 우려가 표심 갈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 /샌프란시스코(미국) 로이터=뉴스1 /사진=(샌프란시스코 로이터=뉴스1) 류정민 특파원

미국 내 진보 정치의 상징이자 글로벌 테크 허브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경영진과 대기업을 겨냥한 추가 증세안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심 공동화와 테크기업 이탈로 몸살을 앓아온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이 '부자 증세' 대신 기업 유치를 통한 경제 회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역 노동조합과 진보 진영이 추진해 온 이른바 '부유층 경영진 증세안'이 전날 치러진 주민투표 개표 결과 찬성 47%, 반대 53%로 무산됐다.

이번 증세안은 최고경영자(CEO)의 보수가 일반 직원 평균 급여의 100배를 초과하는 대기업에 추가 부담금을 매기도록 2020년 도입했던 기존 제도를 강화하고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팬데믹 이후 심화된 샌프란시스코시의 재정 적자를 메우고 공공서비스 예산 삭감을 저지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투표 결과를 보면 샌프란시스코시 경제분석실이 내놓은 보고서가 유권자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 경제분석실은 이 보고서에서 "증세안이 통과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연간 최대 3억달러(약 4500억원)의 신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본사 이전을 부추기고 민간 부문의 일자리를 감소시켜 지역 경제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세안이 부결되면서 그동안 규제 완화와 투자 유치를 주장해온 다니엘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중도파 민주당 진영은 시정 운영의 강력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리바이스 가문의 상속자이자 자선사업가 출신인 루리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진보 성향 시의회와 대립하며 '친기업 행보'를 이어왔다.

루리 시장은 "샌프란시스코의 경제 회복은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의 번영, 투자 유치를 통해 기회를 만드는 데 달렸다"며 "기업의 성장을 더 어렵게 만드는 과도한 규제와 징벌적 과세는 더 이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번 투표 결과는 미국 전역에서 격화되고 있는 초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과세 논쟁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메인주, 워싱턴주 등에서 소득 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한 고소득자와 자본이득에 대한 추가 과세 법안을 두고 진보와 보수 진영이 대립하고 있다.

미 언론은 가장 진보적인 도시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에서조차 경기침체 우려 앞에서는 '부자 증세' 카드가 힘을 잃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다른 지역의 부유세 법안 표결에도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조회 28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