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규탄' 18개대 총학 시국선언…"참정권 수호해야"(종합)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촉구

연세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에 반등 기회 제공" 학생 발언에 마찰 일기도

대학 총학, '투표용지 부족사태 규탄' 시국선언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주요 대학교 총학생회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한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연세인 공동행동 및 시국선언에서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등 참가자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26.6.10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양수연 김채린 기자 = 6·10 민주항쟁 39주년을 맞은 10일 전국의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빚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각 캠퍼스에서 동시에 발표했다.

이번 시국선언문 공동발표에는 건국대·경희대·고려대·부산대·서강대·서울과기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전남대·전북대·충북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 총 18개교가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참정권 침해'로 규정하고 ▲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 주권 침해에 대한 구제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 선거관리위원회 구조개혁 단행 ▲ 청년·대학생 포함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총학생회관 앞에는 2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파란색 연세대 과잠(대학 점퍼)을 입은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 뒤로는 '한열이를 살려내라'라고 적힌 이한열 열사 39주기 추모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황인서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국가기관의 무능과 무책임 앞에서 멈춰 선 순간"이라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어느 후보에게 유리했느냐 어느 정당에 불리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 헌법,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남을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한열 열사가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 앞에서, 국민이 투표소에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청년들이 다시 광장에 서서 '한 표를 지켜라'라고 외쳐야 한다는 현실이 부끄럽지 않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정권 침해 규탄"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주요 대학교 총학생회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한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시국선언에 참가한 학생들이 "국가에 의한 참정권 침해 규탄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6.6.10 pdj6635@yna.co.kr

현장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공개적인 발언으로 내놓은 학생도 있었다.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부실한 선거관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반등의 기회를 제공했다"며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건 이들의 주장이 정당해서가 아니라 선관위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림으로써 민주주의를 훼손한 세력에게 정치적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이런 발언에 "이 자리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는 일부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한 학생은 "내란은 이재명이지"라고 외치기도 했다.

황 위원장은 "특정 발언이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느낄 수 있다"며 상황을 정리했다.

'참정권 침해 규탄' 서울대학교 시국선언 현장
[촬영 김채린]

같은 시간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도 관악캠퍼스 아크로폴리스에서 시국선언 행사를 열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했다.

이 자리에는 단과대학 학생회장 등 18명을 포함해 서울대 학생 약 150명이 모였다.

이들은 시국선언 진행에 앞서 남색 서울대 점퍼를 입고 교가를 제창했다.

신가연 생활과학대학 부학생회장은 "투표를 관리하는 단 하나의 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정작 당일 투표용지를 준비하지 못했다"며 "헌법이 보장한 권리가 종이 한 장 때문에 멈춰 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는 생애 첫 투표였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없는 시간을 쪼개 투표소 앞에 섰을 것"이라며 "우리는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밝혀달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정쟁으로 소비하지 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진현 사범대 학생회장은 "우리는 이 사안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오직 민주주의의 근간과 교육의 본질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다시는 주권자의 한 표가 행정의 부실 앞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바닥에 내려놓은 '과잠'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주요 대학교 총학생회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하는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알바트로스탑 앞에 시국선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학생들이 벗어둔 학과 점퍼가 놓여 있다. 2026.6.10 pdj6635@yna.co.kr

현장에 나온 재학생 이은서(22)씨는 "학생 대표자들이 정치적인 견해를 배제하고 얘기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해 나오게 됐다"며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는 점을 명확하게 얘기하고, 재선거나 부정선거 같은 단어 없이 얘기했던 게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위에서는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것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점점 정치적으로 변질돼 가는 것처럼 느껴져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걸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회과학대 재학생 정모씨는 "학교와 관련 없는 정치 단체들이 캠퍼스에서 시위를 열기도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정쟁에서 벗어나 직접 입장을 발표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표용지 부족사태'에 대학가도 술렁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9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성대신문 등 교내 언론사 학생들이 작성한 '투표용지 부족사태' 관련 중앙선관위 규탄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6.6.9 cityboy@yna.co.kr

see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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