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허스트전 44만명 찾아…관객과 대화 위해 방한
"실물보다 관객 머릿속 개념이 중요…한 작품만 남기라면 '천 년'"
"한국, 젊은 관객 많아 놀라…묘비에 '멋진 아버지' 담겼으면"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데이미언 허스트 작가가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와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6.10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잘린 소머리, 박제된 나비는 사실 가짜입니다. 진짜처럼 보이고 관람객이 진짜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가 10일 열린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방한했다. 지난 3월 20일부터 시작한 이번 전시는 누적 관람객 44만명을 넘어서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허스트는 이날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앞서 진행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대표 작품 '천 년'과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와 관련한 비밀을 털어놨다.
'천 년'은 죽은 소의 머리와 전기 살충기, 파리 유충을 유리장에 함께 넣어 '생명의 순환'을 드러낸 작품이다.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는 나비 날개를 이용해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재현한 것이다. 두 작업 모두 실제 소머리와 나비 날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과 화제를 낳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천 년'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 전시는 오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린다. 2026.3.18 scape@yna.co.kr
하지만 허스트는 "과거에는 실제 소머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24시간마다 교체해야 했지만, 지금은 기술이 발전해 실제 소머리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며 "나는 개념 미술을 하는 작가다. 소머리, 상어, 수조 이런 것은 (처음 만들었던 원본에서) 언제든지 바뀌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실물이 아니라 관객의 머릿속에 생각이 존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담긴 유리 수조에 거대한 상어를 넣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을 제작한 배경에 대해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조스와 영국 리즈 해부학 박물관에서 일하면서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긴 동물을 본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사람들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무섭지만 피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축장에선 매일 살아있는 생명을 죽여 소비하는데 이는 용인되지만 미술관에선 거부감을 느끼는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개인전에 전시된 대표작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앞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18 scape@yna.co.kr
공개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도 적지 않다. 충격만을 위한 작업이라는 평가부터 동물 학대라는 비판까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잊고 무시하는 것"이라며 "다만 더 극단적인 아이디어도 생각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너무 논란이 되면 의미 자체를 훼손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작가는 작품으로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한다. 관람객을 끌어당겼다가도 떠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끌림과 밀어냄, 아름다움과 불쾌함, 이런 상반되는 것이 공존하면서 다음 날 이 작품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 내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활동하는 원동력에 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묘비에 '멋진 아버지'라는 말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그런데 큰아들 방을 인테리어 하면서 '어떤 작품을 걸어줄까' 물으니 내 이름은 안 나오고 뱅크시가 나오더라"며 웃음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데이미언 허스트 작가가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와의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6.10 ryousanta@yna.co.kr
인터뷰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영상관에서는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와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이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담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허스트는 인생에 단 하나의 작품만 남긴다면 무엇을 남기고 싶으냐는 물음에 '천 년'을 꼽으며 "처음 만들 때부터 이게 내 최후의 예술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 더 고를 수 있다면 해골을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전시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는 것에 "전 세계적으로 미술관 관람객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도 한국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젊은 관객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이들이 내 예술을 보고 영감과 용기, 즐거움, 자신 안에 정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허스트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데이미언 허스트 작가가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와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6.10 ryousant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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