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미상 두차례, 그라모폰상을 세차례 받은 제임스 에네스는 ‘가장 완벽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찬사를 받는다. 절제된 서정성과 아름다운 음색으로 과장 없이 작품의 구조와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가 오는 16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156년 전통의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펼치는 공연에서 19세기 낭만주의 협주곡의 정수인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음악 속 매순간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믿지만, 그렇다고 모든 가능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여야 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절한 흐름과 조절이 없다면 음악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솔직히 다소 피곤하게 들릴 수 있다. 마치 모든 이야기를 똑같은 중요도로 말하는 사람과의 대화처럼, 무엇이 진정 중요한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는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한 서면 인터뷰에서 ‘연주할 때 감정 표현과 음악적 구조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질문에 ‘작품 구조와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아티스트’라는 평가에 걸맞은 답을 내놨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음악이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방향대로 연주한다. 음악이 가장 효과적으로 말을 거는 방식이 바로 구조라고 생각한다”며 “짧은 작품이라도 비례와 균형이 작품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음악적 선율을 구축하고, 클라이맥스를 적절히 배분하는 과정이 표현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50번째 생일을 맞은 그는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음악적 방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바이올린 솔로와 리사이틀, 협연, 실내악 등 다양한 형태를 즐기고 있다”며 “나에게는 무엇보다 ‘균형’이 아주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런던 필하모닉, 보스턴 심포니 등 세계 유수 악단과 협연 무대에 섰지만, 시애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예술감독을 맡아 열정적으로 실내악 연주를 계속하고 있다.
‘가장 완벽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기술적인 실수는 의도한 음악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지만, 음악적 의미를 전하지 못한 채 기술적으로만 완벽한 연주를 하는 것은 어쩌면 더 나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음악적 표현과 분리된 기술적 정확성은 의미가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음악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일관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악기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715년 제작한 바이올린 마르시크를 연주한다. 그는 “이 악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뛰어난 적응력”이라며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이다. 풍부하고 깊은 음색도, 거친 음색도 낼 수 있고, 반대로 맑고 빛나며 천사처럼 순수한 음색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 “지금처럼 녹음된 음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지만, 음악이 너무 쉽게 소비되면서 예술이 지닌 특별함이 희미해질 위험이 있다”며 “음악을 우선 짧게 들은 뒤 더 들어볼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라이브 음악에 진정으로 몰입하는 능력과 의지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라이브 공연장에서 관객과 함께 예술을 경험하는 집단적 경험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함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선보이는 것과 관련해 “브루흐 협주곡은 정말 아름답고 아무리 연주해도 질리지 않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곡”이라며 “관객들도 그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1997년 줄리어드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처음 한국 무대에 섰고, 2016년 서울시향 등과 협연한 바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