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남아있는 서울 고가도로 80여개…안전등급 수준은

1968년 아현고가 시작으로 101개 건설…서소문고가 포함 83개 남아

안전등급 '보통' C등급 12개…서울시 "우려할 필요 없어"

모든 고가가 철거 대상은 아냐…전국 고가도로 통계는 부재

지난해 8월 철거작업이 시작됐을 당시의 서소문고가차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지난 26일 철거 중 구조물이 무너지며 총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서소문고가차도 사고로 고가도로 현황과 안전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온라인에선 평소 출퇴근길에 고가도로를 이용한다거나 이용하는 열차가 고가도로 아래로 지나간다며 안전성에 우려를 표하는 글도 볼 수 있다.

인구 증가와 산업화에 따른 교통 체증 속에 1960년대 첫 등장한 고가도로는 한때 서울에만 100개 이상이 건설됐다. 그러나 노후화와 도시 경관 개선 등의 이유로 하나둘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서소문고가를 포함해 총 83개의 고가도로가 남아있다. 이 중 서소문고가를 제외하면 모두 안전등급 C등급 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고가도로 숫자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고가도로가 교량으로 묶여 관리되기 때문이다.

2014년 서울 중구 동호로 약수고가 철거 공사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가도로는 교량으로 분류…전국적인 별도 통계 없어

고가도로는 일반적으로 지면의 철도, 차도 등과 평면에서 교차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지면보다 높게 지대를 세우고 그 위에 설치한 도로를 의미한다.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는 고가도로를 '시·군내 주요 지역을 연결하거나 시·군 상호 간을 연결하는 도로로서 지상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공중에 설치하는 도로'로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가 다니는지를 두고 일부는 고가도로와 고가차도를 구분해서 쓰기도 하나 당국의 각종 통계나 자료에선 대체로 이 둘을 혼용해 쓰고 있다.

현시점에서 전국의 고가도로 숫자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국 단위 통계에선 고가도로를 '교량'에 포함해 집계하기 때문이다.

총연장 21.38㎞의 인천대교와 지난달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고가도로가 모두 교량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발표하는 '도로 교량 및 터널 현황 조서'를 보면 교량은 관리 주체나 도로 종류, 길이, 상부구조형식, 연식 등을 기준으로만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고가도로의 숫자만 파악하기는 한계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가도로도 교량 구조에 포함되기 때문"이라며 "교량 전체로만 보면 현재 약 4만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교량 현황
[국토교통부 '도로 교량 및 터널 현황조서'(2024년)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시를 포함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고가도로 수를 자체적으로 집계하고 있다. 다만 이 숫자도 자료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오고 있다.

예컨대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등록된 1997~2024년 도로시설물 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고가차도 수는 94개지만 관련 연구나 언론 보도 등에선 80여개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된 고가차도 수도 80여개부터 100여개까지 자료에 따라 다르게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관리하는 '도로시설물 대장'을 열람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총 고가차도 수는 83개로 집계됐다.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고가를 포함한 것으로, 고가도로 수가 최고치(101개)였던 때보다 18개 줄어든 수치다.

도로교통분야 관계자는 이러한 숫자 차이를 두고 고가차도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입체교차 구조물을 포함하는지, '기타'에 속하는 시설물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현고가도로 개통
[서울기록원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1968년 아현고가도로가 시초…서울 최대 101개 기록

국내 첫 고가도로는 1968년 개통한 서울 아현고가도로로,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중구 중림동을 잇는 940m 길이 도로다.

서울기록원의 '서울의 고가도로와 고가차도' 자료에 따르면 이보다 앞선 1966년과 1967년에 서소문·광희 고가 등 작은 규모의 고가도로가 건설됐지만, 당시는 고가도로가 아닌 '차도 육교'로 불렸기 때문에 아현고가도로가 서울시 최초의 고가도로로 기록됐다.

이후 서울에선 고가도로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급격한 인구 팽창과 도시 외연 확산으로 외곽지역에서 사대문 안 도심으로 교통이 집중되는 데 반해 도로 정비는 미흡해 도심을 중심으로 교통 혼잡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현고가도로를 시작으로 1975년 서울역고가도로, 1976년 청계고가도로 등이 차례로 건설됐다.

고가도로 건설은 88올림픽 대비 도로사업계획 확정으로 주요 교차로에 고가도로가 잇달아 세워지며 가속화됐고 이는 1990년대까지 지속됐다.

철도 건널목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고가도 잇달아 건설됐다.

행당고가차도, 옥수고가차도 등이 대표적이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고가도 그 아래로 경의선 철로가 지나가 열차가 다닐 때마다 교통이 막히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졌다.

서울시 고가도로를 모두 87개로 분석한 '서울시 고가도로 철거에 따른 경관 개선 효과 편익분석 연구'(2013)에 따르면 고가도로는 유형에 따라 ▲ 지형 제약 극복을 위한 고가도로 32개 ▲ 철도 횡단을 위한 고가도로 22개 ▲ 교차로 횡단을 위한 고가도로 17개 ▲ 지역 횡단을 위한 고가도로 16개 등으로 나뉜다.

청계고가차도 철거 전후 모습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교통 흐름에 오히려 지장' 지적에 2000년대부터 철거 시작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던 고가도로는 첫 고가도로가 건설된 지 40여년만인 2000년대부터 철거가 시작되며 줄어들고 있다.

한때 도심 차량 흐름 개선에 일조했지만 교통량이 더 늘어나면서 본래의 목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2018년 서대문고가차도 철거 완료를 알리기 위해 냈던 자료를 보면 과거 고가차도가 설치될 때는 고가차도를 이용해 가장 정체가 심한 교차로를 한 번에 통과하면 다음 교차로도 쉽게 통과할 수 있었지만, 도시 구조가 변화하면서 이제는 고가차도를 통과해도 다음 교차로에서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고준호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환경 개선:고가도로 철거사업' 정책 연구(2015년)에서 "무엇보다 사대문 안이라는 구도심이 쇠퇴하고 신도심인 강남지역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도심 중심 체계가 무너지고 구도심에 몰렸던 병목현상이 분산되자 그동안 건설된 고가도로의 과투자 문제도 대두됐다"고 철거 배경을 설명했다.

고 위원은 교통정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보행자와 대중교통을 중시하는 정책이 시행된 것도 배경으로 지목했다.

아현고가도로의 철거 전 상태
[서울시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더해 콘크리트 구조물의 특성상 노후화로 인한 균열이나 부식 등이 나타나며 안전상의 위험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고가는 안전진단에서 D등급이 나와 통행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교각 아래 공간이 슬럼화되고 상권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도 고가도로의 단점으로 꼽힌다.

'서울시 고가도로 철거에 따른 경관 개선 효과 편익분석 연구' 자료는 '서울시가 고가도로의 단점을 장점보다 심각하게 인식해 고가도로 철거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서울시는 2002년 떡전고가도로를 시작으로 원남(2003년), 청계(2003년), 미아(2004년), 회현(2009년). 문래(2010년), 아현(2014년), 약수(2014년), 서대문(2018년) 등 총 18개 고가도로를 철거했다. 2020년 이후에도 철거가 계속되며 선유고가차도와 영등포로터리고가도로가 사라졌다.

연도별 서울시 고가도로 철거 내용
[서울 정책아카이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 83개 고가도로 중 12개가 C등급…서울시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고가도로가 잇따라 사라지면서 고가도로는 모두 철거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안전 문제와 함께 집값 상승 등에도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동네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내 집 앞 고가도로의 철거 가능성이나 철거 시기 등을 궁금해하는 글이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사고 이후 남아있는 고가도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만 현재 남은 서울시 고가도로 가운데 안전에 문제가 있는 고가도로는 없다는 것이 서울시 판단이다.

서울시 내부 자료를 연합뉴스가 직접 확인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83개 고가도로 가운데 D등급은 서소문고가가 유일했으며 E등급은 하나도 없었다.

C등급은 12개다. 모래내고가, 도림천고가, 남산육교, 소월고가, 수색교, 한강로다리, 현저고가, 염천교고가, 삼각지고가, 도림고가, 화랑고가, 욱천고가 등이 해당한다.

A등급은 청량제1고가와 개봉고가 등 2개로, 나머지 69개는 B등급에 해당한다.

C등급이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강조했다.

안전진단 등급은 A~E로 나뉘는데 A는 '우수', B는 '양호', C는 '보통', D는 '미흡', E는 '불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A는 문제점이 없는 최상의 상태를, B는 보조부재에 경미한 결함이 발생했으나 기능 발휘에 지장이 없으며 내구성 증진을 위해 일부 보수가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또 C는 주요 부재에 경미한 결함 또는 보조부재에 광범위한 결함이 발생했지만 전체적인 시설물 안전에는 지장이 없으며, 주요 부재에 내구성, 기능성 저하 방지를 위한 보수가 필요하거나 보조 부재에 간단한 보강이 필요한 상태로 명시돼 있다.

안전등급 지정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시 관계자는 "D등급은 통행 무게 제한을 두는 등의 조처를 하지만 C등급은 이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 A등급은 새로 지은 고가도로도 받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대부분이 B·C등급에 해당한다"고 고가도로 이용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소문 고가차도가 철거 중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일각에는 안전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 29일 안전 등급이 'C등급'(보통)인 시내 고가·교량 27개 전체에 대해 긴급 안전 점검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모든 고가도로가 철거 대상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교차로 위치나 기능, 철거로 예상되는 교통혼잡 등에 따라 존치가 결정되는 경우도 다수 있다.

사고가 난 서소문고가 역시 철거 후 다시 건설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소문고가같은 철도 횡단교는 대체 도로가 마련되지 않는 한 철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소문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lucid@yna.co.kr

<<연합뉴스 팩트체크부는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factcheck@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조회 848 스크랩 0 공유 1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