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천 시민이 추린 기후공약…도지사·광역시장 권한으로도 실행

세종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기후 공약’으로 좋은 후보자를 골라낼 수 있을까? 시민·환경단체들이 유권자 1만8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광역 시장·도지사가 권한으로 즉시 실행할 수 있는 8대 기후 공약을 추렸다. 공공교통 탄소 감축과 주택용 태양광 확대 등이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내 삶을 바꾸는 기후공약, 시·도지사 준비됐나’ 토론회에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광역 시장·도지사가 권한으로 즉시 실행할 수 있는 8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로컬에너지랩·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가 참여한 연대 단체 기후정치바람이 열었다.

8대 공약은 △공영 주차장 태양광 발전 의무화 △주택용 태양광 발전 확대 △학교 에너지 자립 지원 △공공 교통 탄소 감축 △건물 에너지 원단위 제도(에너지 효율 개선 유도) △기후 재난 대비와 취약 계층 보호 △햇빛 소득 마을 추진 △해상 풍력 발전의 주민 참여·이익 공유였다.

이들 8가지 공약은 지난 2월 기후정치바람이 전국 18세 이상 시민 1만78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후 인식과 법에 따라 2030년까지 광역지방정부가 이행해야 하는 정책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또 8대 공약에는 12개씩 모두 96개의 점검 사항이 제시돼 공약이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지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게 했다. 8대 공약과 96개 점검 사항은 녹색전환연구소의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 교통 탄소 감축의 경우, 중앙정부가 올해부터 ‘모두의 카드’(K-패스 무제한 환급제)를 시행했는데, 이와 관련해 기존의 지역 대중교통 패스 재원을 계속 유지할지가 점검 사항이다. 또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 도시-농촌 간 교통 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는 공약이 포함됐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지난 2월 기후정치바람의 조사에선 63.8%의 시민들이 평등한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내버스 공영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차량 등록 제한 등 강한 규제에도 55%가 동의했다.

또 주택용 태양광 발전 확대와 관련해선 △새 공동주택에 태양광 발전 설치 의무화 조례 제정 △아파트 베란다(발코니) 태양광 발전의 신청 절차 간소화 등이 점검 사항으로 제시됐다. 2월 조사에서 시민들의 66.9%는 자신이 소유한 땅이나 집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65.5%가 아파트 발코니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권한을 개별 가구에 더 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아파트 발코니에 태양광을 설치할 때 입주자 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내 삶을 바꾸는 기후공약, 시·도지사 준비됐나’ 토론회에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가운데)가 광역 시장·도지사가 권한으로 즉시 실행할 수 있는 8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기후정치바람 제공

이밖의 다른 공약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보면, 대체로 기후위기 대응 공약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했다. 공영 주차장의 태양광 발전 의무화와 관련해선 31.5%가 ‘수익이 지역과 주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 30.7%가 ‘전문적이고 빠르게 설치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학교 에너지 자립과 관련해 ‘학교 옥상이나 운동장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은 59.9%였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유도하는 취지의 ‘에너지 원단위제’ 도입과 관련해선 59.3%가 영국에서처럼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물의 임대를 금지하자’고 답변했다.

거주하는 지방정부가 공공기후보험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선 71.5%가 동의했다. ‘햇빛소득마을’ 도입과 관련해선 9개 도 지역 모두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더 많았다. 특히 가장 먼저 이를 도입한 전남에선 찬성률이 64.4%로 가장 높았다.

둘째 발표를 맡은 녹색전환연구소 배보람 부소장은 광역지방정부 후보자들의 공약을 분석해 기후공약의 타당성과 주민 삶의 질과의 연계성을 짚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선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로 인해 정당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개별 후보의 공약에선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하지 않거나 포함하더라도 선언적 수준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주택이나 학교, 공영 주차장 등 시설별 재생에너지 확대 공약이나 임대인·임차인·농민 등 재생에너지 주체에 대한 지원 공약이 부족했다. 또 대중교통 확대를 공약하면서도 동시에 자동차 중심의 도로나 공항 인프라 건설을 공약하는 경우가 많아 ‘탈탄소’ 방향과 맞지 않았다.

서복경 대표는 “정당과 후보의 공약이 모두 나오기 전에 기후 공약이 포함될 수 있도록 집요하게 확인하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보람 부소장은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의 녹색전환 정책의 성과와 방향이 확인되는 시점에 열린다. 기후 정책을 복지나 노동, 지역과 어떻게 연계할지 구체적으로 공약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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