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슛이) 한두개 안 들어간다고 해서 주눅 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언제든 쏠 수 있고, 빨리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뛴다.”
지난 5일 고양에서 열린 2025~2026 남자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1차전. 부산 케이씨씨(KCC) 허웅은 1~2쿼터까지 2득점에 그치며 좀처럼 슛 감을 잡지 못했다. 장기인 3점 슛 3개가 모두 림을 외면했다.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계속 던진 끝에 기어이 리듬감을 찾았다. 3쿼터에만 3점 슛 3개를 성공시키며 후반에 무려 17득점 했다. 이날 19득점(3점 슛 4개)으로 팀의 1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개성 강하다고 평가받는 케이씨씨 선수들의 공통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여유’다. 큰 경기에서 지고 있거나 실수가 나와도 조급해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다. 1차전 고양 소노와 케이씨씨의 승패를 가른 포인트다.
자신감도 넘친다. 봄 농구에서 특히 활약해 ‘봄초이’(봄+별명)라고 불리는 최준용은 “상대 매치업보다 (내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한다”고 했다. 최준용은 직전 팀인 서울 에스케이(SK) 시절을 포함해 챔프전에 세 번 진출해 모두 우승했다. 이번 시즌에도 6강·4강 플레이오프(PO) 승리를 이끌었고, 챔프전 1차전에서도 13득점(4튄공잡기 5도움주기)으로 활약했다.

케이씨씨 선수들은 단점도 부정하지 않고 거침없이 드러낸다. 케이씨씨는 정규리그 때 선수들의 부상이 잦았고, 최다 실점으로 수비가 약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빠졌던 최준용은 “(KT에서 이적한) 허훈이 좀 더 편하게 농구를 하려고 왔는데, 내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거나, “우리 선수들이 허웅 수비를 안 믿는다. (수비) 맛집이다”고 말하는 등 비판받던 지점들을 유쾌하게 승화하는 내공도 상당하다.
다들 승부욕이 강하다 보니, 큰 경기에서 보여줘야 할 때는 제대로 보여줬다. 허훈은 6강 PO에서 공격보다는 수비에 집중하며 상대 에이스를 “허벅지가 터질 것처럼” 막았고, 4강 PO에서는 허웅이 수비에 앞장섰다. 허웅은 “수비는 제가 가진 능력의 200%를 했다. 수비 못 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수비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봄농구에서는 케이씨씨의 자유로운 작전타임도 화제다. 이상민 감독이 특정 패턴을 정해 ‘일방적 지시’하는 게 아니라, 상의와 논의가 이뤄진다. 코트에서 패턴을 수행해야 하는 선수가 100% 동의하지 못하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허훈은 “우리는 매 경기 작전타임이 위기고 고비”라고 웃은 뒤 “감독님이 개성 강한 선수들을 배려해주는 것인데, 챔프전까지 진출한 것을 보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했다.
주눅 들지 않는 선수들의 자신감은 챔프전 우승을 이끌까. 케이씨씨는 7일 고양에서 소노와 2차전(7전4선승제)을 치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