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깊어지면 진료실 풍경이 바뀐다. 코와 귀, 몸 여기 저기에 진드기가 박힌 채 내원하는 반려견이 부쩍 늘어난다.
콩알만 한 검은 덩어리가 단단히 박혀 있는 걸 보며 보호자가 말한다. "처음엔 사마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꾸 커져서..."
진드기를 본 보호자들은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어머, 이게 뭐예요?"라며 처음 보는 것처럼 놀라거나, "그냥 손으로 떼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둘 다 위험한 반응이다.
진드기는 단순한 기생충 문제가 아니다.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라는 바이러스성 질환을 옮기는 매개체다. 주로 작은소피참진드기('작은소참진드기'라고도 불리며, 일명 '살인진드기')를 통해 전파되며, 4월부터 11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감염 후 약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무기력, 소화기 증상이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2013년 첫 환자 보고 이후 2025년까지 누적 환자 2,345명 중 422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약 18%로 보고되고 있다(질병관리청). 현재까지 승인된 백신도, 특효약도 없다.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반려동물이 진드기를 매개로 SFTS에 감염되면 보호자에게도 옮길 수 있다. 동물의 혈액이나 체액, 분비물을 통한 2차 감염이 실제로 가능하며 보고된 사례가 있다. 2019년 수도권의 한 동물병원에서는 토혈한 반려견을 응급처치하던 수의사가 환자의 체액에 노출돼 SFTS에 감염됐고, 발열과 의식 저하, 뇌수막염 증상까지 겪으며 일주일 넘게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최근에는 SFTS에 감염된 반려견에 손가락을 물린 수의테크니션이 중환자실까지 가는 사례도 보고됐다. 동물병원 종사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집에서 아픈 반려동물을 돌보던 보호자도 감염될 수 있다.
진드기를 발견했을 때 손으로 잡아 뜯거나 불로 지지는 방법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알코올이나 식초, 바셀린을 발라 진드기를 떨어뜨리려는 시도도 마찬가지다. 자칫 진드기가 터지면서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인다. 핀셋으로 피부 가까이에서 천천히 잡아당겨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은 동물병원을 찾는 것이다.
예방이 최선이다.
외부기생충 예방약은 형태가 다양하다. 목 뒤에 바르는 스팟온형, 입으로 먹이는 경구약, 목걸이형이 있다. 반려동물의 생활 환경과 체질에 맞는 제품을 담당 수의사와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 중요한 건 끊김 없이 매달 챙기는 것이다. 봄 산책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은 날씨가 아니라 예방약이다. 반려동물의 예방이 곧 가족의 예방이다.
산책 후 반려동물의 몸을 꼼꼼히 살피는 습관도 중요하다. 진드기는 모량이 적은 부위, 즉 눈가, 귀 안쪽, 사타구니, 발가락 사이에 잘 달라붙는다. 산책에서 돌아오면 그 부위들을 손으로 한 번씩 훑어주자. 이 작은 습관이 큰 위험을 막는다.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풀밭이나 수풀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봄을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다. 준비가 되어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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