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방첩사, 2024년 3월 ‘계엄 염두’ 체포·호송 등 ‘전투 편성’ 훈련 정황

국군방첩사령부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 국군방첩사령부 제공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2024년 초 방첩사의 ‘전투 편성’ 방안 마련을 지시한 뒤 같은 해 3월 한·미 연합연습에서 계엄 발생 때 수사·체포·호송 훈련을 직접 사열한 정황이 드러났다. 3대 특검 잔여 사건을 수사 중인 권창영 특별검사팀도 이러한 정황을 확인하고 방첩사의 계엄 준비 시점을 특정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여 전 사령관은 2024년 초 방첩사 간부에게 “방첩사는 작전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아 상황이 걸리면 현장에 누가 나가는지 불투명하다”며 “‘레고블록’이 없으니 작전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전투 편성을 만들어봐라”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한다. 레고블록은 일반 군부대의 소대·분대 등 단위를 의미한다. 다른 군은 전시에 소대·분대 등 단위로 구체적인 임무와 역할이 주어져 있지만 방첩사는 그렇지 못하니 작전계획을 구체화하라는 취지다. 당시까지 방첩사는 ‘비상계엄 때 수사단이 출동한다’ 수준의 추상적 계획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후 방첩사는 ‘계엄 발령 시 합수부 편성, 조치 훈련, 전투 편성(초안)’ 등 보고서를 작성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 편성은 군사용어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각 부대에 임무를 부여하고 지휘관계를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방첩사는 이렇게 작성한 전투 편성 계획을 바탕으로 2024년 3월 한·미 합동연습인 ‘자유의방패’(Freedom shiled) 훈련 때 실제 임무 수행 연습을 했다. 방첩·수사·계엄 합동수사본부(합수부)가 조직별로 임무를 진행하다 계엄 선포 상황 메시지가 전달되면 합수부 본부를 편성하는 등의 방식이었다고 한다. 당시 합수부로 편성된 방첩사 부대원들은 각각 수사·체포·호송 역할을 담당했다. 실제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는 주요 정치인 체포 및 구금 임무를 부여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방첩사가 2024년 초부터 계엄 선포를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여 전 사령관은 훈련 때 부대원들이 모인 연병장에 나와 직접 사열(군부대 점검 및 검사)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여 전 사령관은 ‘계엄이 발생하면 합수부가 팀워크를 미리 맞춰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후 여 전 사령관은 편성된 부대원의 역할과 계엄 때 지참하는 장비 등을 점검했다.

여 전 사령관 부임 전까지 계엄 때 방첩사의 전투 편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과거 훈련 때는 계엄을 대비한 각 부대원의 임무 수행 연습이 아닌 보안점검 지원 업무 등을 주로 진행했다고 한다. 훈련 때 군사비밀이나 대외비 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례를 적발하는 업무가 방첩사의 주요 임무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방첩사 내에서도 2024년 3월 계엄 대비 전투 편성 훈련은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종합특검은 방첩사가 여 전 사령관 부임(2023년 11월) 직후부터 계엄 대비 계획 작성과 훈련 등을 했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미 특검보는 지난 4일 “관련자 조사를 통해 방첩사가 2024년 상반기부터 계엄을 준비했던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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