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는 학교를 위하여 [똑똑! 한국사회]

축구 골대가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 모습. 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송아름 | 초등교사·동화작가

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 운동장은 50미터 달리기 트랙을 그리기에 몇미터 모자란다. 이등변 삼각형 모양에 가까운 운동장의 제일 긴 변이 그 길이다. 학생 수가 1천명이 넘는 다른 초등학교에 근무했을 때는 전교생이 운동장에 줄을 다 서지도 못해 운동회도 짝수 학년과 홀수 학년으로 나누어 했다. 옆 학교인 또 다른 초등학교에는 아예 운동장이 없었다. 아파트를 많이 지은 뒤 학생 수가 많이 늘어나 새 학교를 지었으나 부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초등학교 아이들은 옥상에 조성된 체육 코트와 체육관에서 체육 수업을 했다. 이들 초등학교의 공통점은 축구와 야구를 수업 시간에만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2000년대 이후에 개교한 도심지 학교라는 것이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이지 못하는 초등학교에 부임했을 때 학생들까지 참여한 회의에서 축구, 야구 같은 공놀이 금지를 결정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학생들 놀이를 금지까지 하는 것이 지나치게 관리 중심적인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달 뒤 내 생각은 바뀌었다. 점심시간이면 1천명 넘는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고, 안전지도를 아무리 해도 럭비공처럼 튀는 아이들의 행동은 예측 불가였다.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아이가 병원에 갈 정도로 다쳤는데 누구와 부딪쳤는지도 몰라서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돌려 볼 때도 있었다. 교사들이 당번을 정해 운동장을 지켰고 운동장 사용 요일을 학년마다 다르게 정했지만, 한 학년 200명 중 절반만 나와 놀아도 100명 가까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를 허용하면 경기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뿐더러 아이들이 다칠 것이 뻔했다. 안전하게 축구를 즐기려면 한번에 두 팀, 즉 22명만 축구를 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200명이 함께 쓰도록 배정된 시간에 축구하는 아이들만 운동장을 쓰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교과 시간 외 축구·야구 등 스포츠 활동을 금지하는 학교의 비율은 부산이 34.65%, 서울이 16.69%이다. 이 숫자를 두고 여러 언론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택하는’ 교육 현장의 생존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는 이 숫자는 안전과 형평성, 그리고 축구 중에 학교가 가장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한 결과다. 물론 학교에서 못 하는 축구를 소수의 아이들이 사설 축구 클럽에서 접하는 것이 경험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그러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물리적 환경에서 매일같이 뛰어놀다 다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경험의 가치’라는 말은 너무 아름답고 또 공허하게 들린다.

현장체험학습도 마찬가지다. 걸어서 동네 뒷산에 가고, 도시락을 먹은 뒤 수건돌리기 하고 돌아오는 ‘소풍’은 이미 버스를 임차하고, 입장료와 체험료를 내고, 식당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뀐 지 오래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체험학습 준비에 드는 과도한 행정력, 물가 상승에 비례해 높아지는 비용에 대한 부담, 유사시 책임 문제는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산정된다. 교사가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는 사고조차 교사 개인의 형사 책임으로 귀결되는 지금의 제도 앞에서 설렘이나 추억이라는 말은 아무런 힘이 없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책임을 피하려다 학생들에게 경험할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교육 현장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공교육이 경험의 평등을 지켜내는 보루가 되려면 학교와 교사에게 지워진 책임이 온당한지부터 점검해보아야 한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 활동을 위축되지 않고 해나가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합리적으로 분담하며 관리할 수 있는 환경적,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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