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가 국제학교 단속, ‘불법 시설 정리’인가 ‘교육 선택권 축소’인가

교육부가 미인가 국제학교 등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학생 보호와 법질서 확립을 내세우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공교육이 채우지 못한 수요를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교육부는 29일 인가나 등록 없이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교육시설에 대해 시도교육청과 함께 위반사항 고지, 지도·감독, 고발·수사의뢰 등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집중 신고기간과 현장점검을 실시했으며, 고액 교육비 징수, 자격 요건 미비 교사 채용, 부실 교육, 갑작스러운 폐업 등으로 학생·학부모 피해를 야기하는 시설을 주요 점검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인가 국제학교를 둘러싼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교육부는 학원으로 등록했더라도 실제 운영이 전일제 수업, 학년제, 교과 운영 등 학교 형태에 가깝다면 초·중등교육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학교 형태라면 법 위반이며 고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법 집행 논리가 분명하다. 초·중등교육은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공교육 영역이고, 특히 초·중학교는 의무교육 과정이다. 인가받지 않은 시설이 학교처럼 운영되면 학생의 학력 인정, 안전, 교사 자격, 교육과정, 폐업 시 피해 구제 등에서 관리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 가능한 시설에는 등록 공고와 상담을 추진하되, 미인가 국제학교처럼 인가 없이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시설은 시정되지 않을 경우 고발·수사의뢰 등 강력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를 단순히 ‘불법 시설에 대한 무지’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부 학부모들은 오히려 한국 공교육이 획일적이고 입시 중심적이며, 영어 기반 글로벌 교육이나 해외 대학 진학 준비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국내 학력 인정의 불확실성이나 높은 학비를 알면서도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그만큼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대체 교육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인가 국제학교 중에는 국내 교육부 인가는 없지만 해외 교육과정이나 해외 인증기관과 연결된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 경우 국내 학력 인정과는 별개로,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부모에게는 실질적 대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제는 교육부 인가 여부, 해외 인증 여부, 실제 교육 품질이 서로 다른 기준임에도 공론장에서는 종종 하나로 묶여 논의된다는 점이다.

 

교육부의 단속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부실 시설과 고품질 국제교육기관을 구분하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 허위 인증, 학력 인정 오인 광고, 학비 편취, 무자격 교사 채용, 안전 문제, 갑작스러운 폐업 등은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반면 해외 진학 목적이 명확하고 학부모가 국내 학력 미인정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선택하는 교육기관까지 일괄적으로 ‘저품질 불법 시설’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특히 인가 국제학교와 외국인학교의 공급이 제한적인 현실도 논란의 배경이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영어 기반 국제교육 수요가 크지만, 정식 인가 국제학교는 입학 자격, 지역, 정원, 학비 측면에서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이 공백을 미인가 국제학교가 메워온 측면이 있는 만큼, 단속만으로는 수요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수요는 조기유학, 해외 온라인스쿨, 홈스쿨링, 고액 영어학원 등 다른 경로로 이동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불법 시설을 방치할 것이냐’와 ‘모든 국제교육 수요를 교육부 통제 아래 둘 것이냐’ 사이의 이분법이 아니다. 학생 보호와 법질서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부모와 학생이 왜 제도권 밖 교육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분석도 필요하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 해외 진학 수요, 영어 기반 교육 수요, 개인 맞춤형 교육에 대한 기대를 외면한 채 폐쇄 중심 정책만 추진할 경우, 정책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만 다루게 된다.

 

교육부는 이번 조치로 미인가·미등록 시설에서 이탈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일반 초·중·고, 대안학교, 대안교육기관 등 공교육 체계 내 복귀 절차를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반 학교 복귀 시 학생 수준에 맞는 학년에 취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책이 단순 폐쇄를 넘어 유형별 관리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사기성·부실 시설은 강력히 퇴출하되, 해외 인증 기반 국제교육기관, 유학 준비형 교육기관, 대안교육기관, 학원형 보충교육기관을 구분해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 보호와 교육 선택권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미인가 국제학교 논란은 결국 한국 교육제도의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 교육의 품질은 누가 판단하는가. 교육부 인가가 곧 좋은 교육을 의미하는가. 부모와 학생은 공교육 밖의 교육을 어느 범위까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가. 이번 단속이 단순한 행정 조치에 그치지 않고, 공교육 신뢰 회복과 다양한 교육 수요를 제도 안에서 수용하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0
0
댓글 3
  • 프로필 이미지
    이민호#pyBQ
    당연한 조치 아닌가
  • 프로필 이미지
    채규일#t1JH
    학교 이름 옆에 미인가라고 정확하게 이름을 박고 시작하는 것도 오해소지를 막을거같아요.
    중요한 사실이니 의무표기를 해야 선의의 피해자가 없을듯...
  • 프로필 이미지
    이건아니잖아
    미인가 미등록 상태면서 학교랍시고 운영하고 학교로 인정해주는게 말이안됐던거라고 봅니다